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검토하고 각종 법률 개정안을 재가하는 등 대통령직 업무를 계속 수행하려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4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터라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12일 여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최병혁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는 후보자직을 고사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다른 국방부 장관 후보자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이 3성 장군 출신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을 국방부 장관에 지명하려고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의원은 이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한때 총리를 비롯해 다른 국무위원을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전언도 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 여야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을 검토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를 탄핵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탄핵되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를 마친 뒤 지난 10일 한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안건 42건을 재가했다. 담화에서 자진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다. 법제처는 이날 윤 대통령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비롯한 법률안 21건과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 등 대통령령 21건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운영에서 사실상 손을 떼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에도 대통령 권한을 행사했다. 같은 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12일 지난번 담화를 전면적으로 뒤집는 대국민 담화를 한 뒤 법률안 및 대통령령을 대거 재가한 것이다. 통상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안건은 대통령이 당일에 바로 재가했지만,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 이후 이틀이 지난 이날 국무회의 안건을 일괄 재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소식을 접하고 측근들에게 “윤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불법 계엄을 한 혐의가 있는 수사 대상이므로 군 통수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며 “국방부 장관 인사를 지금 윤 대통령이 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