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 세력이 15일 서울 곳곳에서 세 대결 양상으로 총력전에 나섰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주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변론을 종결한 탄핵 사건 중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사건만 남은만큼 다음주 선고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형배‧이미선 헌재 재판관이 다음달 18일 퇴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 선고가 3월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 맞물린 계산이다.
헌재가 아직 선고일을 지정하지는 않았지만 여야 의원들도 선고 전 마지막 주말 집회일 수도 있다고 보고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윤석열 파면 확정적”
이날 서울 종로 일대에선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가 곳곳에서 열렸다.
촛불행동은 오후 2시 헌재와 가까운 서울 종로구 안국역 1번출구 앞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참가자 2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은 “헌법재판소는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세력 완전히 제압하자” 등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두르고 집회에 참여했다.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어떤 사람들은 잘하면 윤석열이 복귀할 수 있다고 믿고 난폭하게 구는데, 소용없다”며 “누가 봐도 윤석열의 파면은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12시경 부터 국회에서 광화문 집회 장소까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거리 도보 행진에 나섰다. 이는 12일 첫 행진 이후 나흘째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 수석 최고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과 당직자, 보좌진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광화문 집회 장소까지 약 9km를 걸으며 “윤석열을 파면하라” “최상목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오후 3시경 광화문에 도착한 뒤 동십자각 주변에서 조국혁신당·진보당 등 원내 5개 야당이 주최하는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범국민대회’에 참여했다.
범국민대회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12·3 내란의 결말이 윤 대통령 파면과 내란세력의 완전한 청산으로 남도록 (해 달라)”며 “헌법재판소는 즉각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근 ‘암살 위협’ 메시지를 받아 신변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날 행진에 불참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명동 근처에선 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노조, 금속노조, 서비스연맹이 각각 노동자 권리 강화와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오후 3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의 전국노동자대회에 합류했다. 이곳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1만3000명이 집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는 윤석열이 왜 파면돼야 하는지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그가 웃으며 구치소를 걸어 나온 바로 지금이 가장 앞장서 투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윤석열 즉각복귀”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일대에선 지지자들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전광훈 목사가 주축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이날 오후 1시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를 열었다. 오후 2시 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3만5000명이 모였다.
동화면세점에서 대한문 일대 세종대로 전 차로가 통제됐고, 참가자들은 ‘윤석열 즉각복귀’, ‘국회 해산’ 등이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탄핵 각하 8대0”, “윤석열 대통령”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편지를 대독하며 “악의 무리들의 죄악상을 낱낱이 밝혀 국민의 이름으로 처단하자”고 주장했다.
집회 장소 옆 인도에는 배경에 윤 대통령 사진 ‘포토존’이 마련돼 인증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바닥에 부착돼 밟는 모습도 보였다.
대국본과 대통령국민변호인단은 오후 헌재 인근에서도 집회를 연다.
보수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3500명이 찬송가를 부르며 “대한민국을 공산주의들로부터 막아야 한다”, “탄핵 무효” 등을 외쳤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이 집회에서 “다가온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거짓 탄핵의 끝을 기각이나 각하로 매듭지어야 한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도 전국 곳곳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해 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이날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내란 사기극을 끝내려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은 각하되어야 한다”고 했다.
장동혁 의원도 “대통령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탄핵 재판을 받은 셈이 됐다. 내란죄는 공소 기각될 운명인데, 헌법재판소가 무엇을 믿고 감히 탄핵을 인용하겠나”라고 외쳤다.
이날 구미 집회에는 윤상현, 이만희, 강명구, 구자근 의원 등도 참석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연단에 올라 애국가를 불렀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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