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반수소발전 구매량 축소
수소연료전지업계 “생존 우려”
“한국만 청정수소로 너무 앞서가
예측 가능한 로드맵부터 내놔야”
지난달 25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는 이종배 정태호 의원이 공동대표인 국회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수소경제, 이대로 괜찮은가’ 대토론회가 긴급히 열렸다.
● 정부의 갑작스러운 물량 축소
기후에너지부는 지난달 10일 ‘수소발전 입찰시장 연도별 구매량 산정 등에 관한 고시’ 일부 개정안을 발표해 구매량을 기존 1300GWh에서 930GWh로 삭감했다. 2023년 산업통상자원부 첫 고시에서는 예측 가능성을 위해 3개년 계획도 발표됐지만 이번에는 이마저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의 전기화 우선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기후에너지부여서 향후 물량은 더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그린수소로 가기 전, 다리 끊지 말라”
일반수소는 LNG 기반 그레이수소처럼 제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기준치를 넘어서는 수소를 말한다. 탄소배출 없는 물 분해 수소 같은 그린수소로 가기 전 단계에서 수소 활용 기술과 인프라 개발을 위해 사용된다. 세계적으로 그레이수소가 전체 수소의 95%를 차지할 정도다.
이날 포럼에서는 유럽과 일본, 중국 등 세계 주요국이 그린수소로 가는 징검다리로서 천연가스 기반 그레이수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김윤경 이화여대 교수는 일본은 수소경제를 친환경 실험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정책의 연장선에서 다룬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수소와 암모니아를 활용해 에너지 전환 과정의 충격을 줄이고, 기존 LNG 및 가스 인프라를 살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공급망과 시장을 키워가는 일본식 단계 전환 전략이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승훈 베이징 진웬 로펌 ESG·탄소중립연구소 부주임은 “중국은 데이터센터와 수소선박 등 새 시장에서 빠르게 실증하며 수출용 실적을 쌓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국내 입찰 시장마저 줄어 그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유럽 현황을 소개하며 “기술적 제약과 비용 상승으로 그린수소 생산 목표 달성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연계 그린수소에만 매달리지 않고 저탄소 수소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유럽은 재생에너지 수소만이 답이라는 원칙론을 버리고 현실적인 전환 경로로 가고 있다”고 했다.
● “정책 예측 가능성 높이고 로드맵 내놔야”
고현 기후에너지부 수소경제기획과장은 “일반수소발전 입찰 물량은 의견을 반영해서 최종 고시가 나갈 예정”이라면서도 “일반수소발전 물량은 줄더라도 청정수소 물량으로 인해 수전해 설비 기술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 투자가 늘고 새 생태계가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와 주요 기업들은 “국내 청정수소 생산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레이수소에 의한 시장 육성을 중단하면 청정수소 활용을 위한 기반마저 무너진다”며 “연료전지 기술 자체는 청정수소 투입 시 즉시 전환이 가능하므로 미래 탄소중립 달성과 업계 생존, 산업생태계 유지를 위해 계획대로 초기 지원과 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금의 수소시장도 탄소중립의 시대로 가는 가교라는 설명이다.정태호 의원은 “국내 수소경제가 투자 위축과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소는 장기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한 분야인 만큼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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