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시로 자금 대이동
블랙록·중동 큰손 조단위 베팅
개미 자금도 153조원 몰려
금값 올들어 최저치까지 하락
美 국채값·달러가치도 맥못춰
英선 벌써 3배 레버리지 등장
한미반도체 “500억 매수할 것”
월가선 '과열 경고' 목소리도
12일(현지시간)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로 조달하는 금액은 750억달러(약 113조8000원). 전 세계를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의 IPO다. 전체 청약 물량은 모집액의 4배를 웃돌며 무려 3000억달러(약 450조원)에 달한다. 이 중 '개미'들의 주문 금액만 1000억달러(약 153조원)다. 글로벌 시장을 뒤흔드는 천문학적 '쩐의 전쟁'이 펼쳐지는 셈이다. 전 세계 투자금을 미국 증시로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스페이스X발 '머니무브'로 금, 달러, 채권 등이 맥을 못 출 정도다.
나스닥과 나스닥 텍사스 시장에서 티커 'SPCX'로 거래를 시작하는 스페이스X는 앞서 공모가격을 주당 135달러로 확정했다. 스페이스X는 클래스A 보통주 5억5556만주를 매각해 750억달러를 조달한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주관사가 추가 옵션 8300만주를 행사한다면 조달 규모는 860억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독보적 우주항공 기업으로 발돋움한 스페이스X의 경쟁력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역대급 흥행이다. 혁신의 아이콘인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가진 전 세계적 '팬심'도 무시하지 못할 영향력이다. 이번 IPO로 인류사 최초 '조(兆)만장자'에 오르는 머스크는 공모 물량의 20%를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면서 IPO 마케팅에도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기관투자자도 대거 청약 경쟁에 뛰어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청약에서 최소 50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주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쿠웨이트 투자청 등 중동의 '큰손'도 거액을 베팅했다. 수천억, 수조 원을 굴리는 전 세계 패밀리오피스들도 가세하며 1000여 개 기관투자자의 주문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한미반도체가 스페이스X 상장 후인 오는 16일 장내매수를 통해 500억원어치를 사들이겠다고 12일 공시했다. 머스크가 추진하는 초대형 반도체 제조 시설인 '테라팹 프로젝트' 납품 등을 고려한 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중국 본토와 홍콩 투자자들을 청약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 대형 IPO에서 이들 투자자가 배제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이란 전쟁 전황과 맞물려 역대급 머니무브가 나타나면서 금값과 달러가치는 급락했고 미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가뜩이나 달러 강세에 맥을 못 추던 금값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각과 함께 전 세계 투자금을 빨아들인 스페이스X 상장에 따라 반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지난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금값은 1% 넘게 하락해 트로이온스당 4022달러(약 611만원)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최저치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는 거의 10년 만에 최악의 분기 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3~5월 총 55t의 순유출이 발생하며 9개월 연속 이어졌던 자금 유입 흐름이 반전됐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 역시 이날 0.3% 하락하면서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여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톰 프라이스 영국 투자은행 팬뮤어리베럼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며 "지금 시장의 빅 이벤트는 스페이스X"라고 설명했다.
스페이스X의 역대급 흥행에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에는 스페이스X 3배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이 등장했다. 달러 기반 상품의 티커는 'ELON'이며, 파운드 기반 상품의 티커는 'MUSK'로 일론 머스크의 이름을 따왔을 정도다.
스페이스X의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1조7700억달러(약 2686조원)로 IPO와 동시에 곧장 글로벌 상장기업 10위 안에 진입한다. 2019년 사우디 석유회사 아람코가 당시 최대 IPO인 290억달러를 조달하며 기업가치 1조7000억달러를 달성한 것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지만 지나치게 머스크의 '개인기'에 의존한 역대급 IPO인 데다 실상 스페이스X 사업성에는 의문부호가 끊이지 않으면서 투자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IPO 흥행에는 MSCI, 나스닥, FTSE 러셀 등이 기준을 바꿔 스페이스X의 조기 지수 편입을 허용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이 때문에 향후 S&P500지수 편입 때까진 스페이스X 주가가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NYT는 머스크가 과거 트위터(현 X)를 인수했을 때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뒤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월가에서 회의론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페이스X는 올해 1분기 43억달러(약 6조5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1조4000억달러로 상장 후 스페이스X 기업가치와 비슷한 메타플랫폼이 1분기 순이익 268억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몸값'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해 유명세를 탄 마이클 버리는 앞서 스페이스X를 겨냥해 "기업공개 신고 서류 어디에도 회사가치가 2조달러는커녕 1조달러의 가치라도 있음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없다"고 직격했다. 스페이스X가 전망한 총 유효시장은 무려 28조5000억달러(약 4경3262조원)에 달하지만 이는 언제 현실화될지 모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우주 설치와 달 공장 건설이 이뤄져야 달성이 가능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리서치 업체 모닝스타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의 적정 기업가치를 7800억달러 안팎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특히 우주 데이터센터 등의 성공률을 불과 7%로 예측했다.
[뉴욕 임성현 특파원 / 서울 김제관 기자 /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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