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中 빠지고 美관세 덮치고…터널 갇힌 글로벌 미술시장

1 week ago 7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이 12% 역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미술시장은 15% 쪼그라들었다. 2023년 나홀로 성장으로 글로벌 미술시장을 떠받치던 중국 미술시장이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급격하게 위축된 여파다. 시장 위축으로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자 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이 채무자에게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올해 전망은 더 암울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급진적인 관세정책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져 미술품 가격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고꾸라진 中, 세계 시장 끌어내렸다

아트바젤과 글로벌 금융투자회사 UBS가 8일 발표한 ‘글로벌 아트 마켓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 줄어든 575억달러(약 84조5000억원)였다. 전년도(-4%)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글로벌 미술시장 거래액은 코로나19 직후인 2022년 681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미술시장이 위축된 것은 중국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 컸다. 중국 미술품 거래액은 84억달러(약 12조3200억원)로 전년 대비 31% 급감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2023년 다른 나라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홀로 9% 성장하며 세계 미술시장 경기를 떠받친 것과 대조적이다. 2023년 2위에 올랐던 글로벌 미술시장 점유율은 영국에 다시 역전당했다. 아트바젤은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부동산시장이 지속적인 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도 중국 시장 악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시아 컬렉터 전반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한때 1조원대를 터치한 한국 미술시장 거래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 급감한 8000억원대에 그쳤다. 미국(-9%), 영국(-5%), 프랑스(-10%)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감소세를 유지했다. 유럽연합(EU) 전체 시장은 8% 역성장했다.

가격대별로 보면 고가 작품 거래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1000만달러(약 147억원) 넘는 가격에 거래된 미술품은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불황으로 비싼 작품을 제값에 팔 수 없게 되자 소유자들이 시장에 작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술시장 ‘퍼펙트 스톰’ 오나

문제는 시장 전망이 더욱 암울하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달 소더비와 크리스티 등 미술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글로벌 경매사들은 일부 채무자에게 마진콜을 발동했다. ‘계속 대출을 유지하고 싶으면 추가금을 내거나 더 비싼 작품을 맡기라’고 요구했다는 뜻이다. 소더비 관계자는 “담보인 미술품 가격이 지난 2년간 대체로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술품을 받고 대출을 내주는 기관들이 인상주의 그림과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 등 가치가 충분히 증명된 미술품만 담보로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관들이 향후 미술품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미술시장 관계자는 “좋은 작품은 경기가 아무리 나빠져도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미술계가 직접적으로 타격받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술 전문지 아트뉴스는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작품과 가구, 골동품 등 주요 상품값은 물론 운송, 배송, 작가와 미술관의 문화 교류 등 관련 비용이 급증해 시장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트뉴스는 전 미국 상무부 장관이자 세계적인 수집가 윌버 로스의 말을 인용해 “자유무역항에 예술품을 보관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관세 회피가 시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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