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큰화·AI ‘금융OS 전환’ 경고한 BCG
지갑·수탁·통제력 가진 은행만 생존 가능
“韓 은행, 소매 대신 기관 인프라 장악해야”
가상자산 부적응 땐 이익 30% 감소 전망
“디지털자산은 더 이상 코인(암호화폐)을 넘어 금융산업의 운영체제(OS)를 교체하는 문제가 됐습니다. 전통적인 은행 수익 구조 전반에 구조적 스트레스가 가해질 겁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디지털 자산·인공지능(AI) 전략을 이끄는 크리스 슈미트 파트너는 지난 23~2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포인트제로포럼(PZF) 2026을 계기로 최근 매일경제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디지털 자산을 은행 산업 인프라 자체를 바꾸는 변곡점으로 재정의했다.
디지털자산이 향후 10~15년간 글로벌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그는 “디지털 머니와 토큰화 자산이 결제 수수료, 외환(FX) 스프레드, 결제 대기자금, 운영성 예금, 수탁과 후선 업무 등 전통적인 은행 수익 전반에 구조적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동시에 수탁(커스터디), 지갑, 프로그램 가능한 재무관리, 온·오프 램프, 토큰화 펀드 유통, 담보 이동성,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둘러싼 새로운 수익원이 열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슈미트 파트너는 BCG가 최근 발표한 ‘금융의 디지털 자산 미래’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디지털 자산이 야기할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경우 2035년에는 평균적으로 대차대조표 규모가 10% 줄고, 매출은 14%, 이익은 최대 30%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진짜 싸움은 시장이 움직였을 때 누가 표준과 지갑, 데이터, 결제 워크플로를 쥐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파트너가 제시한 디지털자산 시대 은행의 생존 조건은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후회하지 않을(no-regret) 역량을 쌓는 것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후회 없는 역량은 은행급 디지털 자산 접근 계층”이라며 “지갑과 수탁을 중심에 두고, 키 관리·권한 관리, AML과 거래 모니터링, 스마트컨트랙트 거버넌스, 증빙 수집, 파트너 감독, 복원력, 사고 대응을 아우르는 튼튼한 통제 체계를 갖춘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예금, 도매형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토큰화 펀드 가운데 무엇이 먼저 커지든 결국 “은행이 신뢰받는 인터페이스와 통제 체계를 스스로 쥐고 있는지가 승패를 가른다”는 설명이다.
전통 은행들이 개인 투자자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 비율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 고객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됐다.
슈미트 파트너는 “한국의 리테일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고객 접점은 이미 거래소와 플랫폼이 쥐고 있다”며 “은행이 더 좋은 앱을 만들어 이 접점을 되찾겠다는 목표는 잘못된 싸움이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대신 한국 은행들이 노려야 할 자리는 “화면 뒤에서 신뢰를 책임지는 인프라이자 기관 고객의 관문으로 이미 접점을 가진 플레이어와 싸우기보다 손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 은행들이 준비해야 할 것으로 그는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디지털 자산 수탁과 암호키 관리, 지갑 시스템, 온·오프 램프, 거래 감시와 통제 장치 등 은행 수준으로 디지털자산을 안전하게 맡아주는 능력이다.
둘째는 사용자 경험(UX) 경쟁이 아닌 신뢰와 대차대조표가 승부를 가르는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기관 자산 보관, 실물자산 토큰화, 결제·담보 서비스, 규제 준수가 까다로운 업무를 은행의 승부처로 제시했다.
셋째는 규제 변화 이전의 선제적 투자다. 인력과 기술 파트너, 위험 관리 체계를 미리 갖춰야 규제가 풀릴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슈미트 파트너는 “귀한 가치는 발행이나 단순 자금력이 아니라 유통, 지갑, 고객과의 관계에 있다”며 “은행은 신뢰와 준비금, 규제에 맞는 안전한 레일을 맡고, 고객이 많은 파트너는 접점과 이용자를 맡는 은행-거래소·플랫폼 컨소시엄 모델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올해 전 세계 시장 규모가 3000억달러를 돌파하며 디지털자산 중 가장 주목 받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 슈미트 파트너는 “광의통화(M2) 대비 대략 15% 수준에서 자연스러운 상한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블코인 대 토큰화 예금이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은행들에겐 분야별로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그는 “상업은행은 토큰화 예금을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은행 버전으로 포지셔닝해선 안 된다”며 “이자를 지급하고 신용·유동성과 연결되며, 기업 재무시스템에 통합되고 기존 은행 관계 안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 가능한 운영자금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미트 파트너는 국경간 결제나 크립토 네이티브 결제처럼 개방형 네트워크 도달성이 중요한 영역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강점을 유지하되 법적 확실성과 감사 가능성, 유동성 지원과 규제 준수가 중요한 기업 재무 영역은 토큰화 예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는 2030년전까지 가장 먼저 변화가 본격화될 토큰화 자산 시장으로 슈미트 파트너는 레포(환매조건부채권), 증권금융, 담보 유동화 등을 꼽았다.
그는 “거래 규모가 크고 대차대조표를 많이 쓰는 시장인 만큼 더 빠른 결제와 효율적인 담보 이동만으로도 실질적인 가치가 확산된다”며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와 단기 국채도 토큰화 흐름을 주도할 촉매로 언급했다.
슈미트 파트너는 자산 토큰화의 흐름이 궁극적으로는 단기 채권, 투자등급 회사채, 구조화 신용상품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상장주식은 거래소 규정과 회사법, 주주권, 명부 관리의 복잡성 때문에 속도가 늦을 것으로 예상했다.
끝으로 슈미트 파트너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 중인 금융기관들이 기술뿐 아니라 조직 변화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도입의 성공은 대략 알고리즘이 10%, 기술·데이터가 20%, 사람과 일하는 방식이 70%를 좌우한다”며 에이전틱 AI 시대에 “고객 접점과 그 위에 쌓이는 데이터를 가진 쪽이 주도권을 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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