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앤에이치, 실적 부진-전략 부재”
홀딩스측, 생명과학기업 전환 추진
비앤에이치 “경영 성과 왜곡말라”
분쟁 장기화 조짐… K뷰티에 타격
‘K뷰티 선봉장’으로 꼽히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 콜마그룹의 가족 간 내분이 격화하고 있다. 앞서 5월 창업주인 아버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78)이 남매 간 경영 다툼이 벌어지자 6년 전 장남인 윤상현 콜마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51)에게 증여했던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오빠가 여동생의 ‘경영 실패’를 이유로 회사 재편에 나섰다.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K뷰티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콜마홀딩스는 콜마비앤에이치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2020년 956억 원에서 지난해 239억 원으로 75% 급감했고,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2조1242억 원에서 4259억 원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콜마홀딩스 측은 이 같은 부진의 원인이 단순한 시장 요인 때문이 아니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49)의 독단적 경영과 전략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라고 주장했다. 윤 대표 체제 아래 핵심 전문경영인 2명이 연달아 자리에서 물러났고 윤 대표가 ODM 사업과 거리가 먼 자체 브랜드 사업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콜마비앤에이치는 “사실과 다르다”면서 반박에 나섰다. 콜마비앤에이치 측은 “실적 부진이라는 단정은 단순 매출 또는 영업이익 수치만으로 판단한 것으로, 기업 실적은 장기적인 전략과 투자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최근 수년간 신규 공장을 포함한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에 집중해 온 만큼 단기 수치만으로 전체 경영 성과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의 의사결정을 ‘독단적’이라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시설투자 및 사업 결정은 내부 협의와 이사회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사항으로 ‘독단적’이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며 이에 대해서도 조만간 공식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콜마그룹은 창업주인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2019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아들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과 딸인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가 각각 경영해왔다. 올해 4월 윤 부회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 이사로 선임하려고 하면서 남매 간 다툼이 시작됐다. 5월에 아버지가 딸의 손을 들어주면서 남매 간 다툼이 부자 간 갈등으로도 이어지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전반의 브랜드 신뢰도와 K뷰티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K뷰티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것은 기업 자체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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