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종 바티칸 르포
추기경들 장례식뒤 일일회의… 차기 교황에 거는 기대 등 밝혀
성당 미사 설교속 ‘힌트’ 담을수도
교황후보 거론 유흥식 추기경…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 없어”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의 회의인 ‘콘클라베’ 개최를 앞두고 추기경들과 교황청 성직자들의 발언과 행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언론의 취재 경쟁도 뜨겁다. 교황의 장례식이 26일 마무리되면 이르면 다음 달 6일경 콘클라베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콘클라베에 참여할 캐나다 토론토의 토머스 크리스토퍼 콜린스 추기경이 후임 교황으로 누가 유력한지 언급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바티칸 내 카페들은 각국 기자들이 가톨릭 성직자들과 인터뷰를 하느라 만원을 이뤘다. 근처 서점가엔 콘클라베 관련 책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바티칸에선 이미 ‘콘클라베 전주곡’이 시작된 셈이다.
● 추기경 일일회의 발언에 ‘실마리’
콘클라베는 라틴어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했다. ‘열쇠로 잠근 방’을 뜻하는 말로, 교황 선출 비밀회의를 뜻한다. 추기경들이 콘클라베에 들어가면 외부와 단절된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비밀에 부친다.
콘클라베는 통상 바티칸궁 시스티나 성당에서 열리는데, 차기 교황이 선출되면 선거용지를 태우면서 굴뚝에서 흰 연기가 피어 오르게 한다. 검은 연기가 나면 그날은 선출에 실패했다는 신호다.
교황 투표권을 갖는 선종일 기준 만 80세 미만 추기경은 135명으로, 이 중 2명이 건강상 이유로 불참해 133명이 투표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장례식 뒤 콘클라베 전까지 일일회의를 하며 이 시대에 맞는 교황상을 논한다. 콘클라베 전까진 공개행사에 참석해 차기 교황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 등을 밝힐 수 있다. 이에 따라 언론들은 이들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교황의 애도 미사를 집전할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다고 전했다. 그가 미사에서 설교하는 내용에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담길 수 있어서다. 장례 기간 중 로마에 머무는 추기경들은 도시 곳곳의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할 수 있는데, 이들이 하는 설교를 통해 차기 교황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통상 차기 교황에 대한 힌트는 천천히 나타나는데, 프란치스코 교황 후임에 대한 힌트는 더 천천히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회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벨리토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오직 예언자들만 안다”고 했다.콘클라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다루는 책이나 영화도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온라인 스트리밍 조사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개봉(한국에선 올해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일주일 전의 약 32배로 급증했다.
● 유흥식 추기경 “주님께는 동서양 구분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아메리카 출신 교황이었듯, 차기 교황도 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나오는 파격이 재현될지 관심이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한국의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필리핀 출신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과 함께 아시아권 교황 후보로 꼽힌다. 두 추기경은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선정한 차기 교황 유력 후보 12명에 포함됐다.
유 추기경은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콘클라베가 일찍 끝날 것으로 보면서도 “과도기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주님의 뜻을 지켜보자”고 했다.
바티칸=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