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콘솔 시장이 포함되면서 글로벌 게임업계가 혼란에 휩싸였다. 콘솔 중심의 하드웨어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일각에선 모바일·PC 게임 역량이 강한 한국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최대 25% 관세가 부과될 콘솔 기기는 닌텐도 스위치 2,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X·S 시리즈 등이다. 글로벌 게임업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콘솔 하드웨어의 생산 원가와 소비자 판매가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게임산업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최근 성명을 통해 “관세 부과는 게임 콘솔 제조업체와 개발자, 유통사뿐 아니라 최종 소비자인 게이머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조치”라며 “미국 게임산업 전체에 실질적이고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닌텐도는 당초 지난 9일로 예정한 차세대 콘솔 게임기인 닌텐도 스위치 2의 미국 예약 판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는 콘솔 게임보다 모바일·PC 게임에서 강세를 보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전체 게임 매출 22조9642억원 중 모바일·PC 게임 매출은 19조4006억원(전체의 84.9%)에 달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콘솔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내 게임사는 관세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며 “세계 콘솔 시장에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 자연스럽게 국내 모바일·PC 게임을 찾는 글로벌 유저가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가 발표되자 국내 게임·엔터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날 크래프톤은 1.59%, SM엔터테인먼트는 4% 넘게 상승 마감했다.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일제히 반등했다. 이는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난 디지털 콘텐츠 기반 산업에 대한 ‘무풍지대’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게임은 인앱 결제, 구독 수익 등 지식재산권(IP) 중심의 수익 구조를 지녀 물리적 유통망에 의존하는 콘솔산업과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