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코카인을 숨겼다는 음모론이 확산해 프랑스 대통령실 엘리제궁이 해명에 진땀을 뺐다.
외신을 종합하면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함께 편안한 복장으로 키이우행 기차를 타고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SNS)에 동영상으로 공개됐다.
이후 친러시아 SNS 계정들을 중심으로 마크롱 대통령이 기자들의 촬영 전 테이블 위에 있던 코카인 봉지를 숨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개된 영상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의자에 앉은 뒤 본인 물컵 옆에 있던 흰색 물건을 황급히 손으로 가려 치우는데, 이것이 코카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SNS에서는 "친구들과 코카인 파티?", "정치인들에겐 언제 마약 검사를 할 거냐"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고 일간 르 몽드는 전했다. 여기에 미국 라디오 진행자이자 음모론자인 알렉스 존스까지 "세 명이 마약에 취한 것처럼 보인다"고 거들며 기름을 부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도 텔레그램에 이 영상을 공유하면서 "농담처럼 프랑스인, 영국인, 독일인이 기차에 올라타서 약에 취했다"며 "기자들이 도착하기 전에 가방과 숟가락 같은 식기를 꺼내는 것을 잊었을 정도였다"고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엘리제궁은 지난 11일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 흰색 물질을 확대한 사진을 올리며 "이건 코 풀 때 쓰는 휴지"라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엘리제궁은 "유럽의 단결이 거슬리면 허위 정보는 단순한 휴지를 마약으로 둔갑할 정도로 극에 달한다"며 "이 가짜 뉴스는 국내외 프랑스 적들에 의해 퍼지고 있다. 조작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친러시아 계정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코카인 중독자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르 몽드는 전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터무니없는 음모론"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