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코스피지수가 기관투자자의 매도세에 2% 가까이 급락해 3050선까지 밀렸다. 새 정부의 정책 기대로 단기 랠리를 펼친 데 따른 부담감에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출회되면서 다른 아시아 증시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을 앞두고 투자자들의 경계감이 커진 점도 지수를 끌어내린 데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99포인트(1.99%) 내린 3054.28로 거래를 마쳤다. 일간 하락률로는 지난 2월4일(-2.52%) 이후 약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수는 이날 0.19% 오름세로 출발 후 오전 9시10분께를 기점으로 하락 전환해 낙폭을 확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444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주도적으로 끌어내렸다. 연기금도 이날 794억원어치를 비워내면서 10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갔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570억원과 1622억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지수 하락을 방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날 새벽 미국 증시가 강세로 마쳤으나 그 온기가 국내 증시로 전달되진 못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지수는 0.77% 올랐고 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83%와 1.02% 상승했다.
국내 증시는 이날 아시아 주요 증시와 비교해도 유독 낙폭이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0.02%), 홍콩 항셍지수(-0.82%), 대만 가권지수(-0.73%)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1% 이내의 하락세를 보였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오히려 0.25% 상승했다.
박성철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돼 아시아 주요 증시 대비 하락폭이 컸다"며 "다음주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을 앞두고 그동안 많이 올랐던 조선, 방산, 전력기기, 원전 등 주도 업종들에서 매도 물량이 많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대체로 하락했다. HD현대중공업(-5.58%) KB금융(-4.11%) 두산에너빌리티(-3.07%) SK하이닉스(-2.87%) 현대차(-1.86%) 네이버(-1.58%) 기아(-1.0%) 등이 내렸고 셀트리온(3.31%)은 올랐다.
청정에너지 사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혜택을 조기 폐지·축소키로 한 미국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통과로 LG에너지솔루션(-2.51%)을 비롯해 엘앤에프(-2.73%)와 삼성SDI(-2.27%) 등 2차전지주가 약세로 마쳤다. 반면 한국가스공사(8.11%) 한국전력(2.79%) 지역난방공사(2.22%) 등 유틸리티주가 강세로 마감했다. 상법이 개정되면서 주주 이익을 위한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7.53포인트(2.21%) 내린 775.8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는 0.09% 오름세로 출발한 후 낙폭을 2% 넘게 확대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36억원과 792억원어치를 팔아치운 반면 개인이 39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중 펩트론(-5.92%) 리가켐바이오(-5.75%) 알테오젠(-5.65%) 클래시스(-4.64%) 휴젤(-3.98%) 리노공업(-2.91%) 레인보우로보틱스(-2.9%) 에코프로(-2.6%) 에코프로비엠(-1.98%) 파마리서치(-1.4%) 등이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2.9원 오른 1362.3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