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소비동향 보고서’
고소득층 자산가치 늘어 여건 개선
최저소득층, 정부 지원에 소비 유지
고금리 직격탄 중산층 침체 장기화
대한상공회의소가 17일 발간한 ‘최근 소비 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직전 시점(2019년)을 기준으로 가계 소득 분위별 실질 소비지출액을 분석한 결과 소비 부진이 전체 1∼5분위 중 2·3분위에 집중됐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을 100으로 잡았을 때 2분위와 3분위의 실질 소비지출액(물가 상승분 제외)은 각각 97.6과 97.1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소득 분위의 실질 소비지출액이 102.1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음에도 중산층에서는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에서 2분위는 지난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271만 원, 3분위는 427만 원인 가구로 정의했다. 최저소득층인 1분위는 정부 지원으로 소비를 유지하고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4,5분위는 자산가치 증가로 소비 여건이 개선된 반면 중산층만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2분위와 3분위가 2022년부터 두드러진 이자 비용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봤다. 당시 국내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면서 주택 구매를 위한 가계 대출 비용이 커졌다. 이에 따라 2분위 그룹의 한계소비성향은 2019년 90.8에서 지난해에는 81.8까지 하락했고, 같은 기간 3분위는 79.3에서 75.3으로 떨어졌다. 한계소비성향이란 소득증가분 가운데 얼마를 소비에 사용하는지를 뜻한다. 예를 들어 한계소비성향이 81.8이라면 100만 원의 소득증가분 중 81만8000원을 소비에 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상의 측은 “2022년을 전후로 가처분소득에서 이자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흐름은 1분위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된다”며 “그렇지만 중위 소득 계층은 가계부채로 이자 비용은 늘어나지만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구진경 산업연구원 서비스미래전략실장은 “중위소득 계층에서 가계부채 및 이자 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했다”며 “소비 회복을 위해 중간 계층의 현금 흐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소비지출액 추이를 비교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소비 회복 속도가 더욱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에는 가계의 월평균 소비 지출액 평균치(2008∼2009년)가 2007년 대비 2.51% 감소했다가 2010년에 2007년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소비 수준을 4년 만인 2023년에야 회복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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