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4년 전 부산 지역에서 아귀찜 장사를 시작한 정 모씨(42)는 지난 8월 가게를 접고 다시 일하던 직장으로 돌아갔다. 정씨는 “임대료, 배달 수수료, 가게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직장인으로서 벌던 월급에 한참 못 미쳤다”며 “지금은 가게를 닫고 직장을 다니면서 배달로 ‘투잡’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매출 감소와 고금리로 영업을 중단한 사업장이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은 230만7770개로 전년 말(232만553개) 대비 1만2783개 감소했다. 사업장 수는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하다 5월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만 해도 사업장 수는 전월 대비 8571개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6월에는 1만7575개, 7월 1만7500개, 8월 2만5866개로 감소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이나,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0.5%포인트씩 인상했던 2022년 하반기보다 가파른 추이다.
전문가들은 가입 사업장 수가 급격히 감소한 이유를 지속되는 고금리와 내수 부진에서 찾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8월 사업장 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은 고금리 상태가 이어진 상황에서 사업자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이 예고되는 등 금융 규제가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