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신생아 13년만에 최대
일가정 양립·양육비 보전 등
정부 저출산 대응 정책 효과
젊은층 혼인·출산 인식 개선
출산 추세적 상승시키려면
수도권 집중완화 등 필요
신생아 수가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베이비 서프라이즈'를 이뤄냈다.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올해는 반등이 확실시된다.
주요한 이유는 △2020~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혼인 수요가 급증한 후 지난해부터 '엔데믹 베이비'가 많이 태어났고 △일·가정 양립 확대, 육아비용 보전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저출생 대응 움직임이 효과를 거뒀으며, 이로 인해 △젊은 층의 혼인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이다. 앞으로 출산율 반등을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완화, 질 좋은 일자리 양산 등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1년 혼인 건수는 직전 연도보다 각각 10.7%, 9.8% 하락했는데, 지난해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혼인 건수는 5만3958건으로 1년 전보다 18.9% 급증했다. 통계청은 "2022년 하반기부터 작년까지 코로나19로 지연된 결혼이 집중됐던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이렇게 코로나19 시기 결혼을 늦춘 커플들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결혼을 했는데 이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많아졌다.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도 출생률 반등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모급여 수당 등 양육비 보전을 위한 각종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부모급여는 0세 기준 월 7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났고, 첫만남이용권 역시 둘째아 이상부터 300만원(당초 200만원)으로 확대했다.
육아휴직제도 역시 개선됐다. 당초엔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돌보는 부모에게 첫 3개월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3+3' 제도였지만, 올해부터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의 부모에게 휴직 첫 6개월간 통상임금을 모두 지급하는 '6+6'으로 확대했다.
지난 6월엔 일·가정 양립 제도 정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육아휴직에 따른 대체인력을 고용하면 기업에 지원금을 주고, 대체인력 지원금 상한도 월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상향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양육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동료 업무분담 지원금'을 만들기도 했다.
홍석철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그동안은 일·가정 양립 제도가 있더라도 현장에서 활용이 어려웠는데 저출생 대책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꼼꼼하게 반영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서면서 기혼 부부나 미혼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고, 이것이 출산율과 혼인 증가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저고위가 올해 3월과 9월 각각 실시한 결혼·자녀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25~49세 미혼 남녀들의 결혼 의향은 61%에서 65.4%로 증가했다. 이 밖에 자녀의 필요성, 출산 의향 역시 6개월 만에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전문가들은 혼인·출산에 대한 직접적 지원 효과가 일정 수준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진단한다. 홍 전 위원은 "10년 가까이 출산율이 내리막길을 걸었던 것은 단순히 육아 지원 부족뿐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가 겹겹이 쌓였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인해 결혼·출산을 망설인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했지만,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출산단념층'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위원은 이어 "수도권 쏠림에 따른 과도한 경쟁 구도, 노동시장 이중 구조, 사교육 문제, 젠더 갈등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구조적 변화가 동반돼야 추세적 반등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긍정적인 점은 당분간 반등세가 이어질 것이란 점이다. 지난 9월 혼인 건수는 1년 전보다 18.8%(2428건) 늘어난 1만5368건이었고, 1~9월 누계 역시 16만1771건으로 201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류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