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잠자다 10초 이상 숨 멈추면 무호흡… 호흡량 평소의 70% 이하는 저호흡
둘 합쳐 시간당 30회 넘길 땐 중증
수술 가능하지만 효과 작을 수도… 양압호흡기 착용하면 바로 효과
검사-양압기 모두 건강보험 적용… 평생 착용해야 하는 것은 단점
의사는 수면다원검사를 권했다. 잠을 자는 동안 임 씨의 무호흡 상태와 심장 기능 등을 검사하는 것. 검사 당일, 임 씨는 오후 11시에 클리닉을 찾았다. 머리와 가슴, 무릎 등 여러 부위에 전극을 부착한 후 오전 5시까지 잤다. 3일 후 결과가 나왔다. 기자가 이 데이터를 들고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찾았다.
● 무호흡-저호흡 지수를 확인하라
정 교수는 중증 수면 무호흡증이라고 진단했다. 잠을 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으면 무호흡, 숨을 쉬더라도 호흡량이 평소의 70% 아래로 내려가면 저호흡으로 규정한다. 이 두 가지를 합친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시간당 평균 5회 이하라면 정상이다. 5∼15회는 경증이다. 15∼30회는 중등도로 본다. 임 씨의 AHI는 30.4회였다. 잠을 자는 동안 1시간당 평균 30.4회 무호흡이거나 저호흡 상태였다는 뜻이다.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이다.
임 씨의 수면 품질도 매우 나빴다. 수면 품질을 보통 3등급으로 나누는데, 임 씨는 가장 깊은 수면 상태인 3등급에 단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낮에 피로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기도가 좁아져 점막이 떨릴 때 코를 고는 소리가 난다. 기도가 막혀 숨을 못 쉰다면 코를 더 심하게 골 수밖에 없다. 임 씨의 시간당 코골이 지수(SI)는 14.6이었다. 1시간에 14.6회 코를 곤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의 70%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면다원검사, 누가 받아야 할까임 씨는 잠을 자다 기도가 막혀 자주 깼다. 증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거실에서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코를 골았다. 잠을 자던 중에 숨이 차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불면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모두 수면 무호흡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다. 잠을 자면서 이를 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안이 말라 있거나, 낮에 지나치게 졸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크게 폐쇄형과 중추형으로 구분한다. 중추형은 호흡을 담당하는 뇌 중추가 차단돼 나타난다. 폐쇄형은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혀 나타난다. 수면 무호흡증의 90% 이상이 폐쇄형이다.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심뇌혈관 질환, 치매, 녹내장 등의 중증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넘쳐난다. 정 교수는 “기도가 막히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하드웨어, 그러니까 몸 안의 여러 장기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검사에 100만 원 안팎의 돈이 들었다.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 무호흡증이 확인되면 의원급 기준으로 15만 원 이내의 비용만 든다. 1회 검사로 끝나기도 하지만 의원급에서는 수면 무호흡증이 진단된 후 치료 장비인 양압호흡기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2차 검사를 할 때가 많다.
수면다원검사는 몸 상태가 보통 수준을 유지할 때 받는 게 좋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나 감기 기운이 있는 날에 검사 하면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올 수 있다. 열이 난다면 검사를 연기하는 게 좋다.● 양압기 사용-기도 주변 근력운동 해야
수면 무호흡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수술적 요법으로는 목젖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턱을 앞으로 빼내 입안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이 시도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으며, 성공률도 천차만별이다. 정 교수는 “수술하면 30∼70% 정도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나빠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술만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가슴에 전기장치를 이식한 뒤 혀 안쪽 신경에 전극을 부착해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치료도 한다. 정 교수는 “이르면 2년 이내에 국내에도 소개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게 양압호흡기 치료다. 양압호흡기는 산소마스크와 흡사한 장치다. 잠을 잘 때 코안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 안의 공기 압력을 높여 기도 폐쇄를 막는다. 30일 동안 21일 이상, 4시간씩 이용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효과는 대체로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양압호흡기 착용 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임 씨의 경우 양압기를 꾸준히 착용한 결과 일주일에 3일꼴로 무호흡이 1회도 발생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는 시간당 1∼5회였다. 양압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
양압호흡기는 착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평생 써야 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다른 중증 만성 질환이 생기는 위험을 줄일 수 있으니 착용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여러 이유로 생기는데, 노화도 그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서 기도 주변의 근육이 쇠퇴하고 지방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것. 박 교수는 “기도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면 수면 무호흡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입을 다문 상태에서 혓바닥을 입 천장에 붙여 위로 밀어 올린다. 이어 입안에 알사탕을 넣은 것처럼 혀끝으로 양 볼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혓바닥을 입 밖으로 내밀어 한 번은 왼쪽, 또 한 번은 오른쪽으로 길게 빼는 것도 방법이다. 이 또한 근육 운동이기에 10∼15회씩 4세트 해 주는 게 효과적이다. 체중 감량도 병행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기도 주변의 지방질도 감소하기 때문에 호흡에 더 도움이 된다.
● 불면증은 수면위생 지키며 해결해야
양압호흡기 치료가 특히 어려운 상황이 있다. 수면 무호흡증과 불면증이 동시에 나타날 때다.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령자일 경우 약 40%가 수면 무호흡증을 가지고 있다.
양압호흡기는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장비다. 잠을 못 이루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불면증이 있다면 양압호흡기를 착용하고 잠을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잠에 들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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