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다 ‘컥’ 깬다고요? 수면다원검사 꼭 받으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3 days ago 6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잠자다 10초 이상 숨 멈추면 무호흡… 호흡량 평소의 70% 이하는 저호흡
둘 합쳐 시간당 30회 넘길 땐 중증
수술 가능하지만 효과 작을 수도… 양압호흡기 착용하면 바로 효과
검사-양압기 모두 건강보험 적용… 평생 착용해야 하는 것은 단점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골이가 심할 경우 수면 무호흡증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정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중증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코골이가 심할 경우 수면 무호흡증일 가능성이 크다며 수면다원검사를 받아볼 것을 권했다. 정 교수는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중증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50대 직장인 임지석 씨(가명)는 얼마 전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밤에 잠을 자던 중 ‘컥’ 소리를 내며 깬 날이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내도 그가 심하게 코를 골며, 코골이 소리도 괴상하다고 말했었다. 게다가 최근 피로감이나 불면증이 모두 심해졌다. 임 씨는 수면 무호흡증일 거라고 짐작했다.

의사는 수면다원검사를 권했다. 잠을 자는 동안 임 씨의 무호흡 상태와 심장 기능 등을 검사하는 것. 검사 당일, 임 씨는 오후 11시에 클리닉을 찾았다. 머리와 가슴, 무릎 등 여러 부위에 전극을 부착한 후 오전 5시까지 잤다. 3일 후 결과가 나왔다. 기자가 이 데이터를 들고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찾았다.

● 무호흡-저호흡 지수를 확인하라

정 교수는 중증 수면 무호흡증이라고 진단했다. 잠을 잘 때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으면 무호흡, 숨을 쉬더라도 호흡량이 평소의 70% 아래로 내려가면 저호흡으로 규정한다. 이 두 가지를 합친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시간당 평균 5회 이하라면 정상이다. 5∼15회는 경증이다. 15∼30회는 중등도로 본다. 임 씨의 AHI는 30.4회였다. 잠을 자는 동안 1시간당 평균 30.4회 무호흡이거나 저호흡 상태였다는 뜻이다. 심각한 수면 무호흡증이다.


임 씨의 경우 가장 길었을 때는 34초나 숨을 쉬지 않았다. 저호흡 상태로 가장 길게 지속된 시간은 2분 19초였다. 산소 포화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정 교수는 “깨어있을 때는 산소포화도가 95%를 넘는 게 정상이지만 수면 중에는 92∼95% 정도면 대체로 괜찮다”라고 말했다. 임 씨의 경우 산소포화도가 평균 92.6%를 기록했다. 아슬아슬한 수준이다. 하지만 최악일 때는 산소포화도가 73%로 떨어지기도 했다. 일시적으로 ‘위험한’ 상태였던 것.

임 씨의 수면 품질도 매우 나빴다. 수면 품질을 보통 3등급으로 나누는데, 임 씨는 가장 깊은 수면 상태인 3등급에 단 한 번도 진입하지 못했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니 낮에 피로가 극심할 수밖에 없다.

기도가 좁아져 점막이 떨릴 때 코를 고는 소리가 난다. 기도가 막혀 숨을 못 쉰다면 코를 더 심하게 골 수밖에 없다. 임 씨의 시간당 코골이 지수(SI)는 14.6이었다. 1시간에 14.6회 코를 곤다는 뜻이다. 정 교수는 “일반적으로 코를 고는 사람의 70%는 수면 무호흡증이 있을 거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수면다원검사, 누가 받아야 할까

임 씨는 잠을 자다 기도가 막혀 자주 깼다. 증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거실에서 들릴 정도로 큰소리로 코를 골았다. 잠을 자던 중에 숨이 차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불면증도 갈수록 심해졌다. 모두 수면 무호흡증일 때 나타나는 증세다. 잠을 자면서 이를 갈거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입안이 말라 있거나, 낮에 지나치게 졸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도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할 수 있다.

수면 무호흡증은 크게 폐쇄형과 중추형으로 구분한다. 중추형은 호흡을 담당하는 뇌 중추가 차단돼 나타난다. 폐쇄형은 기도가 일시적으로 막혀 나타난다. 수면 무호흡증의 90% 이상이 폐쇄형이다.

수면 무호흡증을 방치하면 장기적으로 심뇌혈관 질환, 치매, 녹내장 등의 중증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연구도 넘쳐난다. 정 교수는 “기도가 막히면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하드웨어, 그러니까 몸 안의 여러 장기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수면 무호흡증을 진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회 검사에 100만 원 안팎의 돈이 들었다. 지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면 무호흡증이 확인되면 의원급 기준으로 15만 원 이내의 비용만 든다. 1회 검사로 끝나기도 하지만 의원급에서는 수면 무호흡증이 진단된 후 치료 장비인 양압호흡기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2차 검사를 할 때가 많다.

수면다원검사는 몸 상태가 보통 수준을 유지할 때 받는 게 좋다. 술을 마신 다음 날이나 감기 기운이 있는 날에 검사 하면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올 수 있다. 열이 난다면 검사를 연기하는 게 좋다.

● 양압기 사용-기도 주변 근력운동 해야

수면 무호흡증 치료는 어떻게 할까. 수술적 요법으로는 목젖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턱을 앞으로 빼내 입안 공간을 넓혀주는 수술이 시도된다.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으며, 성공률도 천차만별이다. 정 교수는 “수술하면 30∼70% 정도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나빠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술만으로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가슴에 전기장치를 이식한 뒤 혀 안쪽 신경에 전극을 부착해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치료도 한다. 정 교수는 “이르면 2년 이내에 국내에도 소개될 것 같다”라고 전망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게 양압호흡기 치료다. 양압호흡기는 산소마스크와 흡사한 장치다. 잠을 잘 때 코안으로 공기를 불어 넣어 기도 안의 공기 압력을 높여 기도 폐쇄를 막는다. 30일 동안 21일 이상, 4시간씩 이용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효과는 대체로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양압호흡기 착용 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임 씨의 경우 양압기를 꾸준히 착용한 결과 일주일에 3일꼴로 무호흡이 1회도 발생하지 않았다. 평균적으로는 시간당 1∼5회였다. 양압호흡기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

양압호흡기는 착용할 때만 효과가 있다. 사용하지 않는다면 다시 수면 무호흡증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평생 써야 할 수도 있다. 정 교수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다른 중증 만성 질환이 생기는 위험을 줄일 수 있으니 착용하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여러 이유로 생기는데, 노화도 그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서 기도 주변의 근육이 쇠퇴하고 지방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것. 박 교수는 “기도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면 수면 무호흡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방법은 단순하다. 입을 다문 상태에서 혓바닥을 입 천장에 붙여 위로 밀어 올린다. 이어 입안에 알사탕을 넣은 것처럼 혀끝으로 양 볼을 바깥으로 밀어낸다. 혓바닥을 입 밖으로 내밀어 한 번은 왼쪽, 또 한 번은 오른쪽으로 길게 빼는 것도 방법이다. 이 또한 근육 운동이기에 10∼15회씩 4세트 해 주는 게 효과적이다. 체중 감량도 병행해야 한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기도 주변의 지방질도 감소하기 때문에 호흡에 더 도움이 된다.

● 불면증은 수면위생 지키며 해결해야

양압호흡기 치료가 특히 어려운 상황이 있다. 수면 무호흡증과 불면증이 동시에 나타날 때다. 실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고령자일 경우 약 40%가 수면 무호흡증을 가지고 있다.

양압호흡기는 수면 중 호흡을 도와주는 장비다. 잠을 못 이루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불면증이 있다면 양압호흡기를 착용하고 잠을 무작정 기다릴 게 아니라 잠에 들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미리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먹는 것도 방법이다. 정 교수는 “침실에서 나와 잠이 올 때까지 거실에 머무는 게 좋다. 잠이 올 것 같을 때 양압호흡기를 다시 착용해야 한다. 그래도 잠이 안 오면 다시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걸 반복하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말했다. 만약 새벽에 깬 뒤 양압호흡기가 거치적거려 잠을 못 이룬다면, 그날은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자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정 교수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수면위생’을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불면증을 없애면서 효과적으로 수면 무호흡증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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