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오작동 위험, 원전 맡길수 있겠나”

1 day ago 2

로보틱스 세계 석학 데니스 홍 교수
“로봇 행동에 100% 확신 어려워
안전 확보까지 더 많은 연구 필요”
최근 ‘AI 만능주의’에 경계 목소리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공대 교수가 이끄는 로봇 공학 연구실 ‘로멜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왼쪽)를 개발하고 있다.
데니스 홍 교수 제공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공대 교수가 이끄는 로봇 공학 연구실 ‘로멜라’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왼쪽)를 개발하고 있다. 데니스 홍 교수 제공
“인공지능(AI)이 로봇이 가진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I가 어떻게 작동할지를 모르는데 가령 원자력발전소 조작에 AI 로봇을 투입할 수 있을까요?”

로보틱스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매년 세계 로보컵 대회를 휩쓰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르테미스’의 아버지인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AI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우리가 뇌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만큼 AI에 대해서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며 “휴머노이드 로봇이 집 안까지 들어오려면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며 로봇이 이른바 ‘뇌’를 가지게 되면서 휴머노이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1월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I와 로보틱스를 결합한 ‘피지컬 AI’를 언급하며 세계 자본이 피지컬 AI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홍 교수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AI는 데이터를 넣어주면 좋은 결과 값을 출력하지만,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중간 과정을 알 수 없다는 ‘블랙박스’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물리학, 미적분학을 하나도 몰라도 데이터만 있으면 로봇도 바로 걷고 뛰는 것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왜 그런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로봇의 행동에 100% 확신을 가지기가 어렵다”고 했다. 로봇의 오작동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오작동이 일어나는 경우 원인을 밝혀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원전과 같이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특수한 현장은 물론이고 가정용 휴머노이드의 경우에도 안전 문제는 중요하다. 물리적인 힘이 큰 로봇이 오작동을 하거나 넘어지는 경우 바로 사고로 이어져 막대한 인명·재산 손실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집 안에서는 의자 하나만 옮겨도 새로운 환경이다.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기 때문에 AI 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생성하는데,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가 이끄는 UCLA 로봇 공학 연구실 ‘로멜라’에서는 수학적 모델링을 기반으로 로봇을 움직이는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홍 교수는 “AI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도 매우 크기 때문에 현재 두 방식을 모두 실험하고 있다”고 했다.

실험 대상은 놀랍게도 최근 40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넷플릭스 영화 ‘일렉트릭 스테이트’에 등장하는 로봇 ‘코즈모’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감독 루소 형제가 연출한 영화로, 로봇들의 반란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로봇들은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들어졌지만 홍보를 위해 루소 형제가 홍 교수에게 코즈모의 실물 제작을 의뢰한 것. 영화에는 홍 교수가 제작한 실제 로봇이 등장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홍 교수는 “재미있을 것 같아 뛰어든 프로젝트였는데 생각보다 큰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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