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0일께 직을 내려놓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손영택 국무총리비서실장은 이미 사직서를 냈고, 공보실장 등 다른 정무 라인도 이번주 중 사임해 ‘한덕수 캠프’에 합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 권한대행은 소수 정예로 캠프를 꾸린 뒤 다음달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면 범보수 단일화에 나설 전망이다.
◇‘소수정예’ 캠프 꾸릴 듯
28일 총리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손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사직서를 내고 출석 예정이던 국회 정무위원회에 불참했다. 아직 사직서가 처리되지는 않았지만 한 권한대행이 사퇴 전 이를 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혜 공보실장은 이번주 중 사의를 밝힐 예정이다. 신정인 시민사회비서관도 사퇴 후 한 권한대행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한 권한대행이 선거 캠프를 꾸리면 합류할 예정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권한대행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주 상당수 직원이 추가로 사표를 낼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경은 정무실장까지 정무 라인 3실장이 일괄 사표를 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박 실장은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합류하느냐는 질문에 “그 자체가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일부 정치인이 캠프에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권한대행 사퇴는 이달 30일이나 다음달 1일이 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은 29일 국무회의에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고, 30일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정을 마친 뒤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관가에서 나온다.
출마를 결심하는 과정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이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조만간 정 회장과 회동할 예정이다.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개헌하는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11일까지 단일화해야 ‘기호 2번’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다음달 3일 선출될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뒤 단일화하고, 승리하면 국민의힘에 입당에 최종 후보가 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평가다.
무소속으로 대선을 치르는 방안도 언급되지만 평균 800억원에 달하는 선거비용을 한 권한대행 사비와 29억4000만원가량의 후보 후원금으로 감당하는 것은 역부족이어서다. 신당 창당 시나리오는 정당법상 창당준비위원회 설립과 5개 이상의 시도당 창당, 각 시도당에 1000명 이상의 당원 모집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 권한대행과 국민의힘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선거 후보자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절차가 완료돼야 기호 2번을 받을 수 있다. 한 권한대행과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등록하면 한 권한대행은 8번 이후를 받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날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한 권한대행 출마설에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동훈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패배주의”라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는 “(한 권한대행이) 미국과의 협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후보는 SNS에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가 대선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습니까”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지금 와서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지 않는 것은 더 문제”라며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단일화) 방식처럼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전 국민 경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초기부터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를 강조한 김문수 후보도 여론조사를 통한 ‘원샷 경선’을 언급했다.
국민의힘 밖에서도 한 권한대행과의 협력 목소리가 나온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고문은 이날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위기 극복, 정치 개혁, 사회 통합, 세 가지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는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강진규/박주연/정상원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