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이 길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2차전지 업종의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종목 간 주가 흐름은 뚜렷하게 갈리면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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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3월 14일~4월 16일) 배터리 셀 제조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주가는 4.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086520)(-24.5%), 에코프로비엠(247540)(-15.5%), 포스코퓨처엠(003670)(-10.1%) 등 2차전지 소재주는 물론 삼성SDI(006400)(-5.9%) 같은 배터리주도 모두 큰 폭 하락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코스피 지수가 5%가량 하락한 것과 비교해도 양호한 성과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 같은 선방은 올해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효과가 반영되며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또 미국 현지 공장에서의 배터리 생산 비중이 경쟁사 대비 큰 만큼, 관세 관련 이슈에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 주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수주도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일본과 유럽 등 업체와 잇따라 대규모 ESS 공급계약을 조율 중이며, 이에 따라 글로벌 ESS 수주 금액이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같은 기간 소재주들은 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면서 업종 내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수요 부진이 심화되면서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2차전지 소재주 에코프로비엠의 최근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양극재 수출과 내수 매출 실적은 각각 전년 대비 59.9%, 61.7% 급감했다. 포스코퓨처엠도 양극재와 음극재 매출 실적이 수출의 경우 30.1%, 내수의 경우 40.7%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역시 2차전지 업종 전반에 비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미국 현지 공장을 둔 국내 배터리 3사는 핵심 소재 대부분을 한국에서 조달하는데, 양극재·음극재·분리막 등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배터리 생산 원가가 약 15%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전기차 가격 인상은 수요 둔화를 부추길 수밖에 없다.
유민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외에서 조립된 전기차(EV)에 대한 관세는 이미 부과됐고, 미국 내 셀 생산거점으로 수입되는 양극재 및 기타 소재도 수입국을 불문하고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내 생산능력 확장 중인 국내 셀 업체도 소재가격 인상에 따른 타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소재주의 경우 올해 전년 대비 실적이 일부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인해 주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올해부터 실적의 점진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며 업스트림 밸류체인 수직계열화, 헝가리 신공장 증설, LFP 양극재 개발 등을 통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위한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면서도 “다만 현 주가는 전세계 이차전지 셀, 소재 업종 내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아 당분간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