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자유당 재집권
美합병 위협에 지지율 반등
정권교체 위기 속 상황 반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무너뜨리려 시도하고 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투표 승리 연설에서 "수개월 동안 경고해왔듯이 미국은 우리의 땅·자원·물을 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치러진 캐나다 총선에서 소속 정당인 자유당이 승리하면서 카니 총리는 집권 연장에 성공했다.
자국 문제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캐나다 총선 정국을 흔들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추진한 이민정책 실패와 고물가, 주택가격 급등 등 경제난으로 자유당 지지율이 제1야당인 보수당에 20%포인트 넘게 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압박과 함께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만들겠다는 등 주권에 위협을 가하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점차 격차가 줄어들던 양 정당 지지율은 지난달 역전됐다. 이 같은 지지율 변동은 캐나다 역사상 가장 크고 빠른 것이며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반트럼프' 심리가 피에르 폴리에브 보수당 대표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그동안 만들어진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에 발목을 잡힌 채 지지율이 떨어졌다.
카니 총리는 승리 연설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으면 캐나다를 위해 최선의 협상을 끌어내고자 모든 것을 다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캐나다가 의존해온 미국 중심의 개방형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수십 년 동안 캐나다에 번영을 가져다준 시스템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의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단독 과반 의석(172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김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