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의 시, 말보다 향기에 가까워… 너무 달라 시라 말하기 힘들어도 결국은 시라고 할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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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노벨문학상 수상 캐나다 카슨 그의 작품 번역한 황유원 시인 기고 “문학적 장르에 갇히지 않으며 고전을 인용하는 독특한 작품” 황유원 시인이 번역한 앤 카슨의 책 ‘에로스, 달콤씁쓸한’과 ‘플레인워터’ ‘짧은 이야기들’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왼쪽부터). 난다 제공 《올해 노벨 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시인 앤 카슨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뜨겁다. 10일 교보문고 온라인 일간 베스트에서 ‘빨강의 자서전’이 1위를 차지했고, ‘녹스’(8위), ‘남편의 아름다움’(9위), ‘에로스, 달콤씁쓸한’(12위)도 상위권에 올랐다. 국내 출간된 카슨의 책 9권 가운데 4권을 번역한 황유원 시인이 기고문 ‘앤 카슨의 작품 세계’를동아일보에 보내왔다.》 앤 카슨 올해 노벨 문학상의 영광은 놀랍게도 카슨에게로 돌아갔다. 카슨이 각종 베팅 사이트에서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었는데도 굳이 놀랍다고 한 건, 2000년대 들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 (밥 딜런을 제외하면) 루이즈 글릭 한 명뿐이었기 때문이다. 주로 소설가가 수상했던 과거를 돌이켜 봤을 때 2020년에 이어 올해도 시가 문학의 자리를 대표했다는 게 시를 사랑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다. 카슨은 시인이자 고전학자다. 그의 여러 작품이 고전을 바탕으로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는 또 다른 시인 수상자 글릭을 떠올리게도 한다. 글릭 또한 고전과 신화를 주제로 한 대표작들을 쓴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슨은 글릭보다 훨씬 더 급진적이고 실험적이다.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시인이길 거부하는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어떤 점이 그렇게 실험적인가. 황유원 시인·번역가 누군가 내게 카슨이 작가로서 지닌 가장 급진적인 면모를 한 단어로 말해 보라고 한다면, ‘인용’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서양란에 대한 짧은 이야기’는 국내 번역본 기준으로 여섯 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산문시다. 그런데 그중 절반에 해당하는 후반부가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이 쓴 편지의 인용으로 이뤄져 있다. “에밀리 디킨슨은 1883년의 한 편지에 다음과 같이 썼다. 한 소년이 며칠 전 애머스트에서 도망쳤는데, 어디로 가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버몬트 아니면 아시아라고 대답했대요”라고 쓰는 식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시가 되는 걸까. 디킨슨이 쓴 편지의 전문을 찾아봤더니 거기엔 1881년의 편지라고 돼 있다. 확인해 보니 1883년은 디킨슨이 아끼던 조카가 세상을 뜬 슬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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