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금융당국이 신용카드사가 텔레마케팅(TM)을 통한 보험상품 판매(카드슈랑스)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1개 보험사의 판매 비중을 기존 25%에서 최대 75%까지 늘리는 식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지속적인 인하로 고금리 대출에 집중하던 카드사의 새로운 수익성 활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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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다은] |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열린 보험개혁회의에서 카드사 등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금융기관보험대리점의 특정 1개 보험사의 판매 비중 규제 비율을 50%에서 75%까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드슈랑스는 카드(card)와 보험(insurance)의 합성어로 카드사가 보험 TM 채널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뜻한다. 카드사는 이를 통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카드슈랑스 판매 비중 규제비율은 기존 25%에서 지난해 50%로 완화된 이후 1년 만에 추가 완화 검토를 진행하는 셈이다.
현행 규정상 카드사가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경우 보험회사별 각 판매액 비중을 2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하나의 카드사에 보험상품을 제공하는 보험회사가 4개 이하여서 규제 비율을 준수할 수 없음이 명백할 때는 보험회사별 판매 비중을 50% 이하로 허용하고 있다. 현재 카드슈랑스를 취급하는 카드사들은 모두 이에 해당한다.
카드사에 카드슈랑스는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판매 비중을 지난 2021년 66%로 제한한 이후 2023년 25%까지 하락하며 매출에 이바지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25%룰’은 원래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상품 판매)에서 착안한 규제로 다양한 보험사들의 상품 판매 경쟁을 위해 촉발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대면 창구 판매를 진행하는 은행과는 달리 TM 채널에서 영업 위주로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한 카드사가 많은 보험사를 취급하고 있지 않다. 이에 카드업계는 규제 준수를 위해 제휴처를 추가로 늘려야 할뿐더러 주력으로 취급한 보험사 상품의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속적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의 수익 창구가 카드론 등 고금리 대출에 집중하자 당국에서도 카드슈랑스 규제 비율 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규제 완화는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 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는 올해 진행할 혁신금융서비스 1년 차에서는 손해보험사 4개사 미만 참여 시 규제 비율이 75%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규제 비율이 완화하면 수익성 관련 고민이 깊던 카드사엔 새로운 활로가 생긴다. 카드사는 카드슈랑스로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뿐만 아니라 보험 상품이 카드와 연계했을때도 카드 이용금액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카드슈랑스 수익을 공시하고 있는 롯데카드는 연간 400억원대의 보험알선수수료 수익을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드슈랑스 규제 비율을 완화하면 대형사 위주의 보험상품 독과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는 같은 계열사의 보험상품을 밀어주는 방식으로 영업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카드업계는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으리라 전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슈랑스는 방카슈랑스와 달리 직접 영업하는 과정에서 전화로 고객에게 다양한 보험상품을 설명하고 연결하는 과정 등이 번거로워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게 쉽지 않다”며 “대형 보험사는 자체 TM 채널을 충분히 확보해 뒀기 때문에 굳이 카드슈랑스로 몰아주는 방식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