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대출 잔액 1조6191억원...올해 들어 규모 늘어
“대환대출로 인한 건전성 개선 착시 효과 주의해야”
카드사들의 대환대출 잔액이 작년보다 11%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환대출 잔액은 카드론을 연체한 고객을 재평가해 다시 대출을 내준 잔액이다. 한 번 연체된 고객은 다시 연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된 대출 부실화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 8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대환대출 잔액은 올해 10월 말 기준 1조619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조4583억원) 대비 11% 증가했다.
올해 카드사 대환대출 규모도 커졌다. 작년 1조1000억~1조5000억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잔액은 올해 1월 1조6987억원으로 불어났으며, 8월 1조8797억원까지 늘어나는 등 작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과 국민을 제외한 대부분의 카드사가 대환대출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은 카드사일 경우 대환대출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카드업계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작은 규모의 카드사일수록 위험자산 비중을 늘린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롯데카드는 작년 10월 620억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 1955억원으로 215.2% 급증했고, 우리카드도 올해 2701억원으로 전년보다 25.6% 늘었다. 현대카드도 올해 10월 293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1.8%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도 카드론 금리가 오히려 소폭 상승하는 흐름도 관측됐다. 카드사 8곳의 카드론 평균 금리도 지난 11월 공시 기준 14.4%로 높은 수준이었다. 카드론 평균 금리가 높은 곳은 우리카드가 15.4%로 나타났고, 롯데카드 15.0%, 삼성카드 14.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현대카드는 지난 10월 14.2%에서 11월 14.5%로 올랐고, 롯데카드도 같은 기간 14.8%에서 14.9%로 소폭 상승했다. NH농협카드를 포함한 카드사 9곳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10월 기준 4조2201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리볼빙 이월잔액도 7조1058억원으로 계속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카드사가 대환대출을 통해 위험자산인 카드론 비중을 늘려 수익성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카드론 연체 고객은 다시 연체할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고, 부실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 대출이 연체로 잡힐 경우 대환대출로 전환하면서 리스크 상황임에도 건전성 지표가 관리되는 착시 효과를 주고 있다”며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률이 낮다 보니 위험자산인 카드론 공급을 늘리면서 수익성 보존에 힘쓰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