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 못 버텨”… 애플, 中 ‘싼 메모리’ 구매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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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제품 가격 대거 인상 이어
美정부에 中메모리 구매 승인 로비
中 CXMT 등 시장 점유율 증가세
삼전닉스 슈퍼사이클 위협 우려

인공지능(AI)발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을 버티지 못하고 제품 가격을 대거 인상한 애플이 이번엔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산 메모리 구매를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 세계 메모리 공급 부족이 중국 메모리 업계가 몸집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중국에 눈 돌리는 애플

26일(현지 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이 미국 정부를 대상으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메모리 칩 구매를 승인해 달라며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CXMT는 미국의 ‘중국 군사 기업 블랙리스트(1260H)’에 포함된 기업이다. 미국 국방부는 CXMT가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이 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이 블랙리스트는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미국 기업이 목록 내 중국 기업과 거래할 경우 평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에 FT는 미국 정부의 공식 승인을 얻은 뒤 수입에 나서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미 상무부가 CXMT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엔티티 리스트’에 올릴 가능성이 높아 사전 안전망을 확보하려는 조치로도 풀이된다. 엔티티 리스트는 미국기업 기술의 수출과 기술 이전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 애플의 공급 협력사는 애플의 기술 자료를 전달받아야 하기 때문에 엔티티 리스트에 제한을 받게 된다. 앞서 엔비디아가 자사 ‘H200’ 칩에 대한 중국 수출을 예외적으로 허가받은 것처럼 애플도 ‘메모리 숏티지 위기’를 지렛대 삼아 중국 공급망 확대의 우회로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메모리 가격 상승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대홍수”라며 이례적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고, 맥북과 아이패드 등 제품 가격을 약 20%씩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애플이 제품 가격 인상을 메모리 탓으로 돌리자 미국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이 ‘자업자득’이란 식으로 비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밋 사다나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지난 메모리 침체기 때 ‘일부 고객’이 공급 과잉을 활용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제품을 사들여 (설비) 투자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애플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애플의 지나친 단가 후려치기가 지금의 메모리 수급 불균형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 중국 메모리, 몸집 불려 한국 위협 우려

애플이 실제로 중국산 메모리를 수입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애플은 2022년에도 중국 판매용 아이폰에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메모리 반도체를 쓰려고 했다가 미 의회의 뭇매를 맞은 적 있다. 하지만 메모리 숏티지가 심각해지고, 아이폰 가격 상승으로 미 여론이 흔들리면 미국 정부의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중국 물량이 쏟아지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슈퍼사이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 메모리 업계는 AI발 메모리 호황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는 올 1분기(1∼3월) 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8%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3%) 대비 두배 이상으로 점유율을 늘린 것이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가 36%에서 29%로, 마이크론이 25%에서 22%로 점유율이 줄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한국 메모리 업계가 선제 투자를 통해 적기에 생산 능력을 확대해 중국 메모리 업계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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