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새 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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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새 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

“한국에 새로운 ‘스타기업’이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놀라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유니콘 기업을 매일같이 쏟아내는 미국과 중국을 우리가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까요.”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연재한 ‘국부의 원천, 기업이 흔들린다’ 시리즈를 읽은 한 기업인은 장탄식을 늘어놨다. 전통 제조업은 중국에 치이고, 미래 첨단산업에선 미국에 밀리는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킬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우리나라 예산을 다 쏟아부어도 오픈AI(미국 생성형 AI 기업)나 유비테크(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업체)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한 공무원의 푸념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럴 만도 하다. 미국과 중국이 넘쳐나는 인재와 자금을 활용해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같은 첨단산업에서 철옹성을 쌓는 사이 한국은 제자리걸음만 했기 때문이다. 첨단산업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캐나다 ICV탱크가 최근 공개한 ‘2024 글로벌 미래 산업 경쟁력지수 보고서’에서 AI, 휴머노이드, 항공우주 등 8개 미래 산업의 분야별 ‘톱10’에 든 우리 기업은 단 두 곳에 불과했다. 미국(41개) 중국(18개)과의 격차가 너무 크다.

그렇다고 우리의 주력 사업이 온전한 것도 아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조선, 배터리 등 한국 8대 주력 산업의 시장점유율은 10년 전보다 모두 뒷걸음질 쳤다. 대기업 임원들이 모이면 “예전엔 어떻게 세계 1위가 될지 고민했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법’만 얘기한다”는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이는 대기업의 낮은 수익성을 낳았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개 대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3.4%로 미국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31.4%)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원팀이 돼 총력전을 펼쳐도 이기기 쉽지 않은 싸움이 시작됐다는 의미다. 2000년대 초반 ‘IT(정보기술) 붐’ 때 한국에서 네이버와 넥슨 등 스타 기업이 탄생한 것을 돌이켜보자. 당시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전국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동시에 인터넷 콘텐츠 규제를 대부분 없애고, 벤처투자 펀드를 지원했다. 공직에 몸담았던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을 옭매는 규제를 과감하게 풀었다”고 말했다.

‘K인더스트리’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출범하는 새 정부의 첫 번째 과제가 ‘기업 기(氣) 살리기’가 돼야 하는 이유다. ‘국부의 원천’인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규제 완화와 기술인재 양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총력지원 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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