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가짜뉴스 잡겠다는 정부, 진실판정은 민간에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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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가짜뉴스 잡겠다는 정부, 진실판정은 민간에 떠넘겨

“정부도 직접 판단하지 않겠다는데 사기업이 무슨 근거로 글에 대해 진실 여부를 가립니까.”

지난 7일 시행된 개정 정보통신망법을 두고 한 포털회사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한 글까지 포털이 진실 여부를 가리라는 건 사실상 포털이 판사를 하라는 격”이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악성 허위 정보 유포를 일삼는 이른바 ‘사이버 레커’를 막겠다며 도입됐다. 허위·조작 정보를 반복 유통해 이익을 얻으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물리고,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되면 손해액의 최대 다섯 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명분만 보면 반대하기 어렵다. 집행 구조가 문제다. 정부는 “개별 게시물의 허위·조작 정보 여부를 직접 판정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판정하지 않는다고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고된 글이 거짓인지, 의견인지, 공익 제보인지, 악의적 조작인지 누군가는 가려야 한다. 이번 법은 그 첫 판단을 포털과 플랫폼의 신고 처리 시스템에 맡겼다. 국가가 쥐기 부담스러운 삭제 버튼을 민간 창구에 넘긴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 대형 플랫폼과 일부 언론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신고자는 게시물 위치와 허위라고 보는 이유, 증빙자료, 성명, 연락처를 제출해야 한다. 얼핏 무분별한 신고를 막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기업과 열성 정치 집단, 팬클럽 등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은 신고를 방치하면 책임 논란에 휘말리고, 조치하면 검열 논란을 떠안는다.

신고된 글을 판단하는 것도 어렵다. 허위·조작 정보의 경계는 선명하지 않다. 기업 비판, 정치 평론, 내부 제보, 소비자 피해 폭로는 처음부터 완결된 증거를 갖추지 않는다. 의혹처럼 보이는 말이 시간이 지나 사실로 드러나는 사례도 많다. 음란물과 불법 촬영물, 인공지능(AI)으로 제작한 영상 등은 그나마 기술로 걸러낼 수 있어도 플랫폼이 의혹과 허위의 경계를 즉시 판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관련 가이드라인상 허위·조작 정보로 판단된 게시물은 삭제·접근 차단뿐 아니라 노출 제한, 계정 제한, 광고 수익 제한까지 가능하다. 과징금은 법원 확정판결 이후의 문제지만, 플랫폼 조치는 법의 판단에 선행한다.

허위 정보를 막겠다는 명분만으로 제정된 법은 지속되기 힘들다. 명분이 옳더라도 판정 기준이 모호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지워지는 것은 대개 명백한 거짓이 아니라 불편한 의혹이었다. 사이버 레커를 잡겠다며 마련한 법이 공익 제보와 비판의 숨통까지 조이면 가짜뉴스 대책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싹튼 공론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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