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허가 자체가 몇 건 안 나오는데 심사 기간만 단축하면 뭐합니까.”
국내 한 전문가는 바이오산업에서 중국과 한국 간 역량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결국은 규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자로 중국 바이오 기업의 기술수출 금액이 지난해 한국을 열 배 앞섰다고 보도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약 심사에 ‘선진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걸 가져오라’는 식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고 토로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평균 420일에서 240일로 단축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실제 바이오산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푸념이다.
식약처에서 허가받은 혁신 신약 중 국내 기업이 개발한 건 많지 않다. 지난해 허가받은 신약 15개 중 국내 기업의 신약은 GC녹십자의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등 3건에 그치고, 2024년에는 11건 중 한 건도 없었다. 중국에서 지난해 허가받은 혁신 신약 70개(한약 6개 제외) 가운데 59개가 자국 기업이 개발한 제품인 것과 대비된다. 중국이 신약 허가를 날림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주요 전문가들은 “중국의 임상과 신약 허가 절차는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신약 허가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걸리는 기간이 긴 것도 문제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지난해 11월 국내 41번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그런데 국내에 출시하는 시점은 2027년 상반기로 잡고 있다. 건보 급여 등재 절차가 그만큼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선 2020년에 엑스코프리를 출시했다.
주요 선진국의 의약품 담당 기관은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리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국장은 지난해부터 “중국 기업의 혁신 신약 개발과 국내 임상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밝혔다. NMPA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한국보다 앞서 임상·허가 과정 전 주기를 지원하고,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심사 체계에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정부는 지난달 바이오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규제 완화다. 명문화된 규제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까지 모조리 개선해야 한다.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신흥바이오기술국가안보위원회(NSCEB)의 토드 영 의장은 “국내 혁신이 둔화되면 이 혁신은 멈추는 게 아니라 해외로 자리를 옮긴다”고 언급했다. 식약처 공무원들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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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이오 혁신 R&D가 뿌리내리려면](https://static.hankyung.com/img/logo/logo-news-sns.png?v=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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