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신인에게는 처음부터 ‘완생’을 요구하면서, 정작 그 경로는 철저히 개인의 고군분투에 떠넘기는 구조. 한국 정치의 뼈아픈 모순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선거철마다 각 정당은 앞다투어 외부 인재 영입을 외친다. 하지만 정작 집권 이후 무엇을 어떻게 바꿀지,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는 늘 불분명하다. 선거용 정책은 넘쳐나지만, 정부를 능숙하게 운영할 ‘준비된 팀’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국정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국민을 위한 ‘완성형 인재’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국정 운영 능력은 단기간에 얻을 수 없다. 행정부의 작동 원리, 입법부와의 상호작용, 예산과 정책의 연결 구조, 이해관계 조정 방식까지 두루 이해해야 한다. 국민 앞에 계획을 제시하고, 국회·행정부·기업·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를 조율하며 국가를 이끄는 능력은 훈련 없이 생기지 않는다.
영국 등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발달한 ‘섀도 캐비닛’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든다. 제1야당이 정부 각 부처에 대응하는 그림자 장관을 두고 상시로 정책을 검증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여기서 핵심은 ‘사람’을 키운다는 데 있다. 권력을 잡기 전에 미리 권력의 작동 방식을 다뤄보는 구조, 즉 미래의 국정 운영을 책임질 사람을 훈련하는 실전에 가까운 제도다.
물론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이므로 제도의 외형은 다르다. 그러나 제도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람을 키우고 정책을 점검하는 구조마저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권이 바뀔 때 인적 교체 폭이 큰 대통령제일수록 선거 이후 인선이 아닌 ‘준비된 팀’을 상시 육성하는 시스템이 더욱 절실하다.
한국형 섀도 캐비닛은 정당의 의지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당 내에 분야별 정책 책임자를 상시 두고, 이들이 정부 정책을 검증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한 대변인이나 선거용 ‘얼굴 마담’이 아니라, 집권 시 해당 분야를 책임질 예비 리더를 공개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물의 역량은 국민 앞에서 자연스럽게 검증되고, 국정 운영에 필요한 전문성은 쌓인다.
이 변화는 청년 정치와도 직결된다. 청년 정치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돼 온 경험 부족 문제를 반복된 훈련과 공개 검증의 구조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 정책을 전담해 비판하고 대안을 설계하는 과정을 거치면, 청년 정치인은 준비되지 않은 신인이 아니라 훈련된 행정가로 성장할 수 있다.
다가올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에는 복합적인 위기를 돌파할 ‘완성형 인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섀도 캐비닛은 미래 국정 운영을 책임질 청년 리더들을 길러내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강력한 사관학교가 될 수 있다. 평소의 치열한 상시 경쟁과 정책 훈련 속에서 단련된 인재, 바로 우리가 애타게 찾는 ‘준비된 리더’다. 이제 우리 정치부터 사람을 키워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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