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부터 덮친 경기한파…하위 20% 가구만 소득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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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03.02. [서울=뉴시스]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03.02. [서울=뉴시스]

올 1분기(1~3월) 하위 20% 저소득 가구의 소득만 홀로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도, 장사 수입도 줄줄이 주는데 각종 세금과 이자 비용은 가장 크게 뛰면서 저소득 가구 여윳돈은 다시 100만 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로 인한 경기 한파가 취약계층부터 덮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에 따르면 1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535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 소득별로 보면 각종 연금과 복지수당 등 공적이전 소득이 명목 기준 9.9% 늘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이 밖에 재산소득(6.2%) 근로소득(3.7%) 등도 모두 늘었다.

하지만 소득 계층별로 보면 편차가 컸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월평균 114만 원을 벌어 1년 전보다 오히려 1.5% 줄었다. 이들 가구의 소득은 코로나19 지원금이 끝난 2023년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마이너스였다가 이후 쭉 증가세를 이어 왔는데, 1년 반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재산소득(―29.3%)을 비롯해 사업소득(―7.7%), 근로소득(―0.1%) 등 1분위 가구의 모든 벌이가 쪼그라들었고 소득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공적이전 소득만 소폭(0.2%) 늘었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이 그나마 복지 수입에 기대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나머지 계층은 모두 소득이 1년 새 늘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는 월평균 1188만4000원을 벌어 1년 전보다 5.6% 뛰었다. 4분위 역시 소득이 5.8% 늘어 전체 평균(4.5%)보다도 오름 폭이 컸다. 3분위와 2분위의 소득은 각각 2.9%, 1.9% 올라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증가율이 낮았다.

소득에서 세금, 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빼 가계 여윳돈 수준을 보여주는 ‘처분가능소득’도 저소득 가구에서만 감소했다. 소득은 줄어든 반면 비소비지출(21만9000원)이 8.3% 늘면서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92만1000원으로 3.6% 쪼그라들었다. 1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 증가 폭은 전 계층 중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1분위 처분가능소득은 2022년 3분기(―0.9%) 이후 쭉 늘며 지난해 4분기(10~12월)엔 처음으로 100만 원을 넘긴 바 있는데, 올해 다시 90만 원대로 주저앉았다.

한편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9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4% 늘었다. 하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0.7% 감소하며 2023년 2분기(―0.5%) 이후 7개 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교통·운송(―3.7%), 의류·신발(―4.7%) 등 분야에서 가계 지갑이 닫혔다. 소득 계층별로는 하위 20~40%인 2분위의 소비지출(194만6000원)이 명목 금액을 기준으로도 1.1% 줄었다.

이지은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최근 3개 분기를 보면 소득과 비교해 소비 위축이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세종=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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