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보다 빨리 쌓이는 은행 부실채권

4 weeks ago 14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부실을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잔액 규모가 지난 2016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손충당금 잔액이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부실채권은 더 빠르게 늘며 대손충당금 적립률이 오히려 하락했다. 은행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건전성 리스크가 계속됨에 따라 은행의 대손 비용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지난해 9월말 기준 8조 1320억원이다. 지난 2016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2016년 9월말 12조 420억원에 달했던 대손충당금 잔액은 3개월 만인 2016년 12월말 6조 652억원으로 급감했다. 2015년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확대로 일반은행 조선·해운업 여신 전반의 건전성이 저하돼 대손충당금 비율이 늘었으나 이후 추가 충당금 적립 부담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어 2019년 12월 4조 8080억원까지 감소했다가 2020년 6월부터 증가세를 보여 2024년 9월말에는 8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미래에 돈을 회수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쌓아놓는 ‘비상금’이다. 대출금의 회수가 불확실해 손실이 발생하면 은행이 부실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용도다. 시중은행이 대손충당금을 늘리는 것은 빚을 갚지 못하고 연체하고 있는 기업과 금융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은행에서는 매월 2조 5000억원이 넘는 신규 연체가 발생했다. 8월에는 3조원의 신규 연체가 발생하기도 했다.

4대 시중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률 평균은 지난 2023년 말 246.35%에서 올해 3분기 말 205.43%로 4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자산건전성을 판단하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은 대손충당금을 대출금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으로 나눈 지표로 높을수록 손실흡수능력이 우수함을 뜻한다.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꾸준히 쌓았음에도 적립률은 되려 하락하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은 그만큼 부실채권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연체율이 증가하며 부실채권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이다. 11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52%로 전년 11월 말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대내외 불확실성 및 내수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연체율이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취약 부문에 대한 충당금 적립 확대 등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하고, 연체·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연체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어서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을 것으로 보인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