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이종범 KT 코치가 시즌 도중 야구 예능의 감독으로 떠나는 충격 행보를 선택했다. 대한민국 야구의 G.O.A.T로 꼽히며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야구는 이종범처럼’이란 불멸의 언어를 갖고 있는 그였기에 더욱 믿기 힘든 행보다.
프로야구 KT위즈는 2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방문 경기를 앞두고 이종범 코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사유는 이종범 코치가 새롭게 판을 꾸리는 JTBC 야구예능프로그램 ‘최강야구’의 감독직을 제안 받고 이를 수락, 구단에 사퇴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KT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종범 코치는 최근 이같은 제의를 받은 이후 이번 주 초 구단의 사장, 단장, 감독 등의 주요 인사를 차례로 만나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범 코치가 ‘최강야구’ 감독직 제의를 받은 것을 몰랐던 KT 구단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별이 현실화됐다.
이종범 코치가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고 KT도 이를 수용했기에 사실상 퇴단 조치만이 남았다. 한창 가을야구 경쟁을 치르고 있던 시즌 도중이지만 KT는 박경수 코치 등이 기존 이종범 코치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모로 믿기 힘든 순간의 연속이다. 우선 ‘최강야구’ 제작진은 버젓이 시즌이 진행 중인 도중 재야에 있거나 은퇴한 것도 아닌 현역 코칭스태프를 감독으로 빼 가는 무리수를 뒀다. 사실상 프로야구 팬들을 무시한 처사인 것은 물론, 프로그램을 응원했던 많은 시청자들에게도 찝찝한 뒷맛을 남긴 결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수락하고 ‘야구 예능 감독’이란 자리를 위해 1군 코칭스태프 자리를 던진 이종범 코치의 결정이다. 현역 시절 이종범 코치는 ‘바람의 아들’로 불린 슈퍼스타였다.
특히 1993년부터 1997년까지 해태 타이거즈(현 KIA)에서 공, 수, 주를 갖춘 유격수로 맹활약하며 KBO리그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히기도 한다. KBO리그와의 인연도 길다. 이종범 코치는 1998∼2000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뛰다가 2001년 KIA로 돌아와 2012년까지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에도 야구계에서 오랫동안 기여했던 이종범 코치다. 2012년 10월∼2014년 10월 한화 이글스에서 코치로 재직한 이후 방송해설자, LG 트윈스 코치, 야구국가대표팀 코치등을 두루 거쳤다. 또한 아들이자 전 키움 히어로즈의 선수였던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자 2024년에는 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으며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이강철 KT 감독은 2025년을 앞두고 해태 왕조의 레전드를 함께 썼던 이종범 코치를 전격 발탁했다. 고교시절부터 해태와 KIA 타이거즈를 거치며 이어진 오랜 인연 속에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결국 이종범 코치가 야구예능으로 향하면서 사실상 프로야구 경력에선 멀어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야구계에선 전체적으로 충격을 감출 수 없는 분위기다. 불세출의 선수이자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야구 선수인 이정후의 아버지라는 상징적인 위치, 범접할 수 없는 대중적 인지도를 두루 갖춘 그가 사실상 야구계를 저버렸기 때문이다.
시즌 도중 타 구단의 영입 제의가 오더라도 ‘감독’ 등의 영전의 경우를 제외하면 자리를 옮기지 않는 것이 그간 야구계의 불문율이었다. 거기에 ‘야구예능 감독직’은 당연히 제외일 터다. 짧은 기간이지만 2025시즌 이종범 코치가 함께 몸담았던 KT 구성원의 얼굴을 떠올렸거나, 선뜻 자신을 야구계로 복귀 시킨 선배 이강철 감독의 결정 등을 고려하면 내리기 힘들 결정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종범 코치가 ‘오죽하면 그런 선택을 내렸을까’라는 반응도 있다. 프로야구 감독이란 위치는 10개 구단 단 10곳, 현역 감독들의 위상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바늘구멍에 가깝다. 코칭스태프 재직이란 첫 시작부터 자신의 친정인 타이거즈와 멀어졌던 이종범 코치는 그 바늘구멍을 통과할 인사로 최근에는 하마평에서 조차 멀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KT 구단에서도 이종범 코치의 자리는 애매했다. 1루 주루 및 외야코치로 시즌을 시작한 이종범 코치는 5월 중순경 1루 주루 코치직을 박경수 QC 코치에게 넘기고 유한준, 김강 코치들과 함께 타격과 멘탈 등을 맡아왔다.
박경수, 유한준 코치 등 KT 출신의 코칭스태프들이 구단에서 갖고 있는 위상과 평가 등을 고려하면 이종범 코치는 이강철 감독의 차기 대권 후보로도 꼽히지 않을 정도다. KT구단 내부에서는 물론 10개 구단 전체에서 감독직이 공석이 될때마다 하마평에 올랐던 이종범 코치지만 최근에는 이런 평가마더 무뎌졌다.
사실상 더 오를 수 있는 야구계에서의 남은 마지막 자리가 완전히 멀어졌다는 생각에 야구예능으로 떠나는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그를 잘 아는 이들의 평가다. 이후에도 오히려 방송 등의 행보로 확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는 게 야구계와 방송계의 평가다.
그럼에도 여러모로 역사적인 선수였던 그가 끝내 야구계의 명장이 되지 못하고 충격적이고 한편으로는 어리석게도 느껴지는 결정으로 끝내 야구계서 멀어진 것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