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팀 문신 보고 갱으로 몰아”…美서 추방당한 베네수엘라인

1 day ago 7

트럼프 정부 ‘反이민’ 광풍에…합법 입국하고도 쫓겨나 논란

16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교도관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을 테콜루카 테러범 수용 센터(CECOT)에 수감하고 있다. 테콜루카=AP 뉴시스

16일(현지 시간) 엘살바도르 교도관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인들을 테콜루카 테러범 수용 센터(CECOT)에 수감하고 있다. 테콜루카=AP 뉴시스
“축구공에 왕관을 씌운 문신을 근거로 추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간) 베네수엘라 기반 국제적 갱단 ‘트렌 데 아라과’(Tren de Aragua·TdA) 갱단원 260여 명을 엘살바도르의 한 수용시설로 추방했다고 밝힌 가운데, 무고한 베네수엘라인이 무차별 체포를 당해 고국도 아닌 엘살바도르로 추방을 당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난민 심사를 앞두고 있던 반(反)정부 성향 베네수엘라 전직 프로 축구선수 레예스 바리오스의 변호인은 그가 누명을 쓰고 15일 추방당했다며 이처럼 주장했다.

스페인어권 매체 엘파이스에 따르면 미 이민당국은 바리오스의 문신을 근거로 그가 갱단원이라고 판단하고 엘살바도르로 추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리오스 측은 “스페인 프로축구 명문 팀 레알 마드리드의 로고를 본뜬 문신”이라며 바리오스가 프로 축구 은퇴 후 유소년 축구팀 코치로 일했고 트렌 데 아라과와는 관련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바리오스는 지난해 9월 미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오테이메사 이민자 수용소에서 난민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바리오스는 선거 조작 의혹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규탄하는 집회에 참여했다가 지난해 3월 구금돼 고문을 받자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바리오스의 변호인은 “그는 범죄 이력이 없고 평생 축구만 한 사람”이라고 항변했다.

엘살바도르는 트럼프 행정부와 600만 달러(약 87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베네수엘라인 260여명을 1년간 수용하기로 했다. 15일 이들을 태운 비행기가 엘살바도르로 가던 도중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이 추방령에 대한 ‘효력 일시정지’ 명령을 내렸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미국 영해를 떠나 국제 해역에 들어선 시점에 판결이 났다”며 추방을 강행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15일 머리와 수염을 밀고 수갑을 찬 채 이송되는 베네수엘라인들의 영상을 공개했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톰 호먼 미 국경 담당 차르는 23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추방 대상자를 태운) 그 비행기에는 테러리스트로 지정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갱단원 중 범죄 경력이 없는 사람도 있다. 세상에는 수많은 테러리스트가 있지만, 그들은 테러리스트 데이터베이스에 올라와 있지 않은 것과 같다”고 했다.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가 추방에 제동을 건 데 대해 “법원의 명령을 준수할 것”이라며 불복 논란에 반박했다. 그러면서“판사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우리는 계속 공공안전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체포하고 추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람, 세계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횡설수설

  • 독자위원회 좌담

    독자위원회 좌담

  • 이럴땐 이렇게!

    이럴땐 이렇게!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