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 메시, 카보베르데 골키퍼 안아주며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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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월드컵]
‘엔딩’마저 ‘동화’처럼 인구 52만명 섬나라 카보베르데
아르헨과 32강서 연장 끝 2-3 석패… 불혹 수문장 8개 선방, 메시도 당황
팔로어 5만→2530만 글로벌 스타로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연장전 시작에 앞서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연장 접전 끝에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카보베르데에 3-2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마이애미=신화 뉴시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왼쪽)와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가 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연장전 시작에 앞서 손바닥을 마주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는 연장 접전 끝에 이번 대회 돌풍의 주인공 카보베르데에 3-2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했다. 마이애미=신화 뉴시스
‘마이애미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큰 화제를 일으킨 카보베르데의 ‘여름 동화’는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사상 첫 월드컵 무대에 나선 카보베르데는 4일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32강전에서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가 이끈 아르헨티나에 연장 접전 끝에 2-3으로 패하며 월드컵 도전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120분간의 혈투 끝에 또 다른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메시가 경기 내내 아르헨티나의 슈팅을 막아낸 카보베르데의 골키퍼 보지냐(40)를 먼저 안아 준 것이다.

스페인 매체 카데나 세르와 문도 데포르티보 등은 보지냐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메시와 나눈 대화를 공개했다. 보지냐는 “메시에게 다가갔는데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먼저 나를 껴안아 줬다”며 “메시가 ‘정말 잘했다.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골키퍼다. 카보베르데 국민들이 너를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보지냐는 “메시로부터 그런 말을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는 메시에게 ‘당신이 최고’라고 말했고, 유니폼 교환을 부탁하자 그는 웃으며 흔쾌히 응했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밝혔다.

리오넬 메시(오른쪽)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내고 있는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그는 이번 월드컵 4경기에서 18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리오넬 메시(오른쪽)의 슛을 몸을 날려 막아내고 있는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 그는 이번 월드컵 4경기에서 18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마이애미=AP 뉴시스
경기 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다. 실제로 전반 29분 리산드로 마르티네스(28)의 롱 패스를 받은 메시는 환상적인 퍼스트 터치에 이은 감각적인 왼발 슛으로 카보베르데의 골망을 갈랐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무패(3무)로 32강에 오른 카보베르데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후반 14분 미드필더 더로이 두아르트(27)가 동점 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가 후반 추가시간 2분 마르티네스의 추가골로 한 점을 앞서갔지만, 종료 직전 카보베르데 수비수 시드니 카브랄(24)이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렸다. 연장 후반 6분 수비수 디네이(31)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아르헨티나는 진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카보베르데 돌풍의 중심에는 불혹의 골키퍼 보지냐가 있었다. 본명은 ‘조시마르 조제 에보라 디아스’이지만 축구계에서는 보지냐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그는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 축구팬들에게 낯선 선수였다. 하지만 앞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철통 방어를 선보이며 팀을 32강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이날 아르헨티나전에서는 120분 동안 무려 8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전반 29분 메시에게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이후 일대일 상황에서의 슈팅과 여러 차례의 프리킥 슈팅을 모두 막아냈다. 보지냐의 잇단 선방에 메시의 얼굴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지냐는 스페인(0-0 무), 우루과이(2-2 무), 사우디아라비아(0-0 무), 아르헨티나까지 이번 대회 4경기 동안 총 18차례 선방을 기록했다. 월드컵 역사상 40세 이상 골키퍼 중 보지냐보다 더 많은 선방을 기록한 건 1990년 이탈리아 대회 당시 피터 실턴(잉글랜드·28개)과 1982년 스페인 대회의 디노 초프(이탈리아·27개)뿐이다. 보지냐는 이번 대회 선방 부문에서 3위에 자리하고 있다.

보지냐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일약 스타가 됐다.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대회 전 약 5만 명에서 5일 오후 2시 기준 253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보지냐는 “우리는 세계 챔피언과 대등하게 싸웠고 이길 기회도 있었다. 결과보다 우리의 경기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카보베르데에는 훌륭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 젊은 세대들이 여기 있는 모든 분을 롤모델로 삼아 꿈을 위해 싸우고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카보베르데는 작고 가난한 나라이지만, 우리 국민은 강인하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으로 보지냐는 브라질 프로팀 이적설이 거론되고 있다. 보지냐는 “소문은 무성하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브라질에서 뛰는 건 멋진 일이다. 브라질인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구 52만 명의 아프리카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보지냐 역시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이 역시 월드컵이 가져온 ‘기적’이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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