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마크 그레이엄 외 2인 지음·김두완 옮김/348쪽·2만4000원/흐름출판
오늘날 ‘인공지능(AI)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 그는 기계가 진정한 지능을 가졌는지 판단하는 방법으로 ‘이미테이션 게임’을 제안했다. 컴퓨터가 사람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할 수 있다면 ‘지능적’이라고 간주하는 개념이다.
책은 AI가 “인간의 지식과 창의성, 노동력을 빨아들인 결과로 데이터를 내뱉을 뿐”이라며 이면의 각종 문제점을 면밀히 따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 교수인 마크 그레이엄과 영국 에식스대에서 각각 정치학과 노동사회학을 가르치고 있는 제임스 멀둔, 캘럼 캔트가 썼다.
“흔히 AI 개발이라고 하면 에어컨 잘 나오고 번지르르한 사무실 속 엔지니어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AI 훈련에 필요한 시간의 약 80%가 (하청업체의) 데이터세트 주석 작업에 쓰인다.”
AI 발전에 대한 기여도 및 노동 강도 대비 임금과 고용 안정성은 떨어진다. 예컨대 메타의 외주 기업은 주로 동아프리카 저소득층 노동자들을 고용해 콘텐츠를 검수하는데, 대다수가 1~3개월 단위 계약이다. 이러한 데이터 노동은 지리적 제약이 덜하다. 인터넷만 연결되면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노동자들이 경쟁해야 하는” 구조라 임금은 하향 평준화된다.
향후 사무직 근로자까지 AI로 대체되면 열악한 노동 시장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저자들은 “노동자 조직의 집단적 힘을 강화하고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것” 등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2019년 구글에서 외주 노동자들과 정규직 직원들이 손을 잡은 사례를 든다.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개발하던 계약직 직원들에 대한 계약을 축소하자 정규직 직원 900여 명이 함께 항의하면서 임금과 복리후생이 개선됐다. 저자들은 “AI 산업은 가장 저렴한 노동력과 자원을 찾아 세계 곳곳으로 끊임없이 이동할 것”이라며 “이를 가능케 한 구조를 재구성할 전 세계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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