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철 연세대 교수 “30년 셰익스피어 번역, 진실에 접속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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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문학을 영국에서 바로 직구했다면 한국어의 운문 번역이 이뤄졌을텐데 일본을 통해 들어오느라 100년이 걸렸다."

최 교수는 "일본과 중국이 이 점만큼은 부러워할 것"이라며 "그리스어도 한국어처럼 악센트가 없고 고저장단이 있는데, 셰익스피어 문학을 운문 번역하면서 결국 그리스 문명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 작품 번역에 30년 걸린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가장 시적인 '맥베스'를 비롯해 셰익스피어 작품은 밀집도가 굉장히 높다"며 "한꺼번에 번역 작업하기보다는 잠시 잊고 살다가 다시 새롭게 작업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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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의 멋과 맛을 살려
셰익스피어 전작 운문 번역
기쁨이 고통보다 큰 작업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

“셰익스피어 문학을 영국에서 바로 직구했다면 한국어의 운문 번역이 이뤄졌을텐데 일본을 통해 들어오느라 100년이 걸렸다.”

한국 최고의 셰익스피어 권위자인 최종철 연세대학교 명예교수(75)의 셰익스피어 전작 운문 번역 작업이 마침내 전집 10권(민음사 펴냄) 완간으로 결실을 맺었다. 1993년 ‘맥베스’ 번역을 시작으로 30여 년 만이다.

이번 셰익스피어 전집 10권에는 4대 비극을 포함한 비극 10편, 희극 13편, 역사극과 로맨스 외 15편, 시 3편, 소네트 154편 등 총 5824쪽이 담겼다.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국말의 아름다움과 리듬을 살려 운문 번역을 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원래 셰익스피어 희곡의 대사 절반 이상이 운문 형식임에도 그동안 한국어로는 산문으로 번역되어 왔다.

한국어의 운문 번역이 바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셰익스피어 문학의 수용사(史)에 주목했다.

그는 “1923년부터 한국어 번역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일본을 통해 소화된 작품이 주로 참고됐다”며 “일본어는 한자, 히라가나, 가타카나라는 3종류의 문자가 혼재돼 압축적인 운문 번역이 거의 불가능해서 산문 번역만 이뤄졌고, 한국어도 이를 따라서 산문 번역만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어는 언어 특성상 일본어와 중국어와 달리 운문 번역이 가능하다. 한국어로는 뜻과 소리가 잘 조화를 이루면서 압축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최 교수는 셰익스피어의 ‘약강 오보격 무운시’라는 형식을 우리 시의 기본 운율인 삼사조에 적용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번역하면서 한국말로 아름답고도 리드미컬하게 읽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최 교수는 “일본과 중국이 이 점만큼은 부러워할 것”이라며 “그리스어도 한국어처럼 악센트가 없고 고저장단이 있는데, 셰익스피어 문학을 운문 번역하면서 결국 그리스 문명에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 작품 번역에 30년 걸린 이유에 대해 최 교수는 “가장 시적인 ‘맥베스’를 비롯해 셰익스피어 작품은 밀집도가 굉장히 높다”며 “한꺼번에 번역 작업하기보다는 잠시 잊고 살다가 다시 새롭게 작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이 허락한다면 10년 후 개정판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30년간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고된 작업이 주는 기쁨이 고통보다 컸다”며 “셰익스피어는 감정의 진실에 접근한 사람이며, 그의 극작품이 주는 기쁨은 진실에 접속하는 순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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