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에 찬 국문학 교수 맡아
영향받을까 원작도 참고 안해
“좋은 작품, 결국엔 저의 만족”
“열등감, 패배의식, 질투같이 묻어두고 싶은 인간의 민낯을 들춰서 까발려버리는 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연극 한 편을 한 느낌입니다.”
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배우 최민식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시리즈 ‘맨 끝줄 소년’에서 주인공 허문오 역을 맡은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그는 역할에 대해 “대본을 받았을 때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진짜 구질구질하면서도 측은지심도 들고, 연민이 가는 인물”이라며 “하지만 캐릭터에 들어갈 땐 누구보다 그의 생각과 행동이 정당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연기가) 안나오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의 첫 넷플릭스 출연작인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 교수인 허문오가 천재 제자 이강(최현욱)을 지도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서스펜스 드라마다. 극중 허문오는 스타 작가인 대학 동기 김수훈(허준호)에 품은 질투와 열등감과 복수심에 눈이 멀었고, 그를 공격하는 매혹적인 서사를 제시하는 이강에 휘둘리며 파멸의 길을 걷는다. 현재 맨 끝줄 소년은 지난 26일 공개된지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쇼 시리즈 순위 8위에 등극했다.
“허문오는 찌질하고 열패감에 휩싸인 인간이지만,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았어요. 저는 그 인물을 사는 사람이니까. 촬영할 때까지는 이 사람이 되어야 하니까. 근데 (캐릭터에 대한) 진입장벽은 없었어요. 제가 변태끼가 있나? 근데 배우는 그래야 되잖아요(웃음)”
최민식은 허문오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기 위해 동명의 원작 희곡과 이를 각색한 영화 ‘인 더 하우스’ 을 참고하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제작진 쪽에서 참고로 보라고 권유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원작과 영화를 미리 보고 촬영하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아요. 원작 이야기는 들었지만 일부러 안봤어요. 이제 찾아보려고요(웃음).”
2000년대 전후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필모그래피를 채우며 왕성히 활동하는 그도 어느덧 환갑을 넘었다. 곧 원로 배우 반열에 들기 직전인 그의 향후 목표는 ‘자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 좋은 작품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게 돼요. 대중의 눈치 안볼 순 없지만, 결국 제 만족인 것 같아요. 굴절된 욕망이 얼마나 사람을 비극의 구렁텅이로 이끌 수 있나. 저는 그런게 좋아요. 맨 끝줄 소년을 선택해서 저는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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