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가 교도소에 '애정의 방'을 도입해 수감자들의 성생활을 보장하기로 했다.
18일(현지시간) 공영방송 라이(Rai)뉴스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지역 테르니 교도소에 애정의 방이 마련됐다. 이 방은 배우자나 연인과 사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방에는 더블 침대와 TV, 욕실이 완비됐다. 수감자는 접견을 온 상대방과 교도관의 직접적 통제 없이 애정의 방에서 2시간 동안 머물 수 있다. 방에는 폐쇄회로(CC)TV가 없는 대신, 문이 잠기지 않으며 필요할 경우 교도관이 즉시 들어갈 수 있다.
이탈리아 교도소 최초로 도입된 애정의 방은 캄파니아 출신의 60대 수감자와 그의 연인이 가장 먼저 이용했다. 이들은 법적인 부부는 아니지만, 장기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면회가 허가됐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수감자들이 외부에서 면회를 온 배우자 또는 오랜 연인과 사생활이 보장된 만남을 가질 권리를 인정한 데 따른 것이다. 테르니 교도소는 현재는 하루 1건의 만남만 허용하고 있지만, 하루 최대 3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움브리아주 수감자 권리 옴부즈맨인 주세페 카포리오 변호사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많은 수감자로부터 애정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모든 수감자에게 동일하게 권리가 보장되려면 더 많은 공간을 마련할 추가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교정청(DAP)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약 1만7000명의 수감자가 이러한 사적 만남의 권리를 보장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도관 노조(SAPPE)는 이러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교도관이 수감자의 사생활까지 지켜야 하느냐"며 "직업적 자긍심을 짓밟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독일, 프랑스, 스페인,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등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부부 또는 연인 간 사적인 면회를 허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도 1999년부터 수감자가 교도소 인근의 펜션처럼 꾸며진 집에서 가족과 함께 1박 2일을 보낼 수 있는 '가족 만남의 집'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