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난양공과대 재료공학과
조남준 총장석좌교수
안정적 리더십 가진 대학
정부와도 긴밀하게 소통
중장기 혁신의 중심축으로
총장도 연구하는 난양공대
유연한 인사로 지속가능교육
글로벌 인재에 파격 장학금도
"싱가포르와 한국의 대학 리더십의 가장 큰 차이는 전략의 일관성입니다. 싱가포르 대학들은 국가 전략과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데다 총장이 바뀌어도 대학 전략이 10년 이상 지속해서 추진될 만큼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카이스트가 총장직의 적임자를 찾지 못해 약 1년 넘게 표류 중이다. 지난 3월 카이스트는 총장 선임 안건을 상정했으나 후보 중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총장을 선임하지 못했다. 이광형 총장의 임기는 지난해 2월 만료됐으나 후임이 정해질 때까지 임시 총장을 맡고 있다. 학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과학기술 정책 등 중요 의사 결정이 필요한 시기에 대학의 리더십 공백으로 운영 방향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대학 총장은 단순한 학내 행정 책임자뿐 아니라 국가 혁신 전략의 중요한 축인 만큼 카이스트를 비롯한 한국 대학의 리더십 개혁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전략 아래 운영되는 싱가포르 주요 대학의 모델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 재료공학과 총장 석좌교수(President Chair Professor·53)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은 20년 이상을 보고 움직여야 하는 조직이지만 정책 변화나 환경 변화에 따라 방향이 자주 바뀌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은 존폐를 걱정할 만큼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1년 이상의 리더십 공백은 상당히 긴 시간"이라며 "보수적인 인사 시스템을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1996년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토목공학 학사를, 스탠퍼드대에서 재료공학 석사와 화학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2011년 싱가포르 국립연구재단(NRF) 펠로와 난양부교수(Nanyang Associate Professor·NAP)로 선정돼 싱가포르 난양공과대(NTU)에 부임했다. 난양공대의 간판 학·석사 프로그램인 르네상스 엔지니어링 프로그램(REP)의 초대 펠로로 참여해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대학의 미래는 싱가포르에 있다' 가 있다.
조 교수는 유연한 인사 시스템의 한 예로 2018년 부임한 수브라 수레시 전 난양공대 총장을 꼽았다. 인도 뭄바이 출신인 수레시 전 총장은 미국 MIT와 국립과학재단, 카네기멜런대 등 고등교육 리더십의 정점에서 경력을 이어왔다. 수레시 전 총장이 난양공대의 수장으로 부임할 당시 본인의 연구실을 열겠다는 조건을 내세웠고, 난양공대는 그에게 이례적으로 펀딩을 지원했다. 대학 운영에 집중하는 총장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과학자로서 학문을 놓지 않겠다는 철학까지 포용하는 유연한 인사 시스템을 기반으로 난양공대는 연구 재정과 논문 실적 모두 놓치지 않는 지속가능성 있는 교육 전략을 펼칠 수 있었다. 수레시 전 총장은 총장 임기를 마친 후에도 '인간XAI(인공지능)'를 주제로 조 교수를 비롯한 후배 교수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난양공대는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 기준 세계 15위에 오른 연구 중심 공립대학이다. 1991년 설립된 젊은 대학이지만 세계 대학 랭킹 10위권에 오르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공대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인재를 흡수하려 대학 인재 양성, 연구개발에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9년 출범한 싱가포르 국제대학원 장학금(SIGNA)의 경우 외국인 이공계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국가 차원의 글로벌 펠로십으로, 난양공대와 싱가포르국립대 등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조 교수는 "많은 나라에서는 연구비가 시스템을 움직이지만 난양공대를 비롯한 싱가포르 대학은 전 세계에서 좋은 과학자를 먼저 확보하고, 그 연구자가 연구를 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 구조"라며 "대학의 탄탄한 자금력 아래 장기적이고 도전적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프로그램을 비롯해 여러 선도적인 연구기관들도 고위험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결국 GPS, mRNA(메신저리보핵산) 등 기술 혁신으로 이어졌다"며 "이런 시도가 한국 대학 연구 문화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지원금의 규모는 수조 원 수준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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