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에 나섰다. 해외 저가 열연강판의 범람으로 국내 업황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하자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및 일본산 열연강판의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 당초 현대제철은 중국산 제품만 제소할 예정이었는데 일본산 제품도 범람하자 양국 제품 모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10월 25일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열연강판 등 기타 제품들에 대해 국내 산업 피해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 사실관계를 검토하고, 반덤핑 제소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열연강판 유통가격은 4년 내 최저치인 t당 70만원대로 떨어졌다. 저가 중국·일본산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엔 t당 80만~90만원대였다. 2020~2022년 200만t 중반대를 유지하던 수입량은 지난해에만 100만t가량 늘어 360만t에 달했고, 올해엔 이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는 조사에서 반덤핑 증거가 발견되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 등을 신속히 조사해 필요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의 덤핑 행위는 이미 알려진 지 오래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관세 조치가 국가 간 분쟁으로 이어져 다른 사업에 피해를 줄까 봐 소극적으로 대처해 왔다”며 “하지만 국내 철강시장이 무너질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이 오자 현대제철이 총대를 멘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