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통령 대명사 된 '하츄핑'…성공 비결 살펴보니 '깜짝' [원종환의 '애니'웨이]

4 weeks ago 12

사진=SAMG엔터

사진=SAMG엔터

2020년 개봉한 3D(3차원)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은 국내 애니메이션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영유아가 주요 소비층인 토종 애니메이션이 전 연령층이 즐기는 인기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매김하면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캐릭터산업백서’에 따르면 티니핑은 ‘뽀로로’를 제치고 최근 2년 연속 ‘10세 이하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영화 ‘사랑의 하츄핑’은 어른 관객까지 끌어모으며 관람객 124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다. 2020년 이후 100만 관객을 넘긴 애니메이션은 이 작품이 유일하다.

이 같은 '티니핑 신드롬'은 철저한 기획을 토대로 만들어진 결과라는 게 제작사 SAMG엔터의 설명이다. 김수훈 SAMG엔터 대표는 "티니핑은 약 5년간 애니메이션 기획과 제작에 매달려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며 "애니메이션 보급과 유통, OSMU(원소스멀티유즈) 전략 등 마케팅과 수익 구조까지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요정을 내세워 '수집욕' 자극하는 캐릭터

티니핑의 흥행에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흔히 '성공 방정식'으로 불리는 키워드를 최대한 녹여냈다는 사실이 뒷받침하고 있다. 분홍색과 공주, 마법 등의 요소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티니핑은 통상 업계에서 잘 쓰이지 않는 '요정'을 전면으로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SAMG엔터 관계자는 "과거 성공 사례가 없다시피 한 요정을 핵심 캐릭터로 만드는 시도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다"며 "다양한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기 위해 세상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려면 요정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사진=SAMG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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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달리 요정은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어린이들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요정이라는 특징을 잘 살리기 위해 지구가 아닌 이모션 왕국을 세계관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SAMG엔터 관계자는 "처음부터 티니핑 세계관을 무한히 그려갈 수 있도록 기획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고유한 개성을 직관적으로 지닌 것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사랑의 하츄핑, 질투의 투투핑, 용기의 아자핑 등 별도의 설명이 없어도 어린이들이 감정을 상징하는 각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나면 어린이들이 각각의 감정을 이해하고 배울 수 있다"며 "흥미를 느낀 각각의 캐릭터 장난감을 어린이들이 수집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핑’을 붙인 수많은 캐릭터가 쏟아지자 부모들 사이에서 ‘파산핑’(파산+티니핑)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제2, 제3의 디즈니 꿈꾸는 SAMG엔터

사진=SANG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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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세대도 몰입할 수 있는 소재와 줄거리로 극장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는 점도 흥행몰이에 기여했다. 이모션 왕국의 공주인 로미가 하츄핑을 처음으로 만나는 게 주된 내용으로 어른들도 몰입할 수 있는 사랑과 우정을 자연스레 녹여냈다. 이 영화는 "아들딸의 손을 잡고 극장에 갔다가 눈물을 훌쩍이며 나왔다"는 후기가 다수 남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인사이드아웃이나 겨울왕국 등의 미국 애니메이션처럼 영유아를 넘어 가족 전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기존 연령층에 머무르지 말고 제2, 제3의 디즈니를 꿈꿔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하츄핑은 문구와 완구, 음료, 액세서리 등 1000여 개에 달하는 IP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맘스터치와 메가커피, 삼천리자전거 등의 기업이 한 예다. 최근에 소비층을 다변화하기 위한 협업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엔 SM엔터테인먼트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의 뮤직비디오에 하츄핑을 등장시키기도 했다. 현대차와 손을 잡고 다음 달 1일 하츄핑이 아이오닉5를 모델로 한 자동차를 타고 레이싱하는 전용 애니메이션도 공개할 예정이다.

김수훈 SAMG엔터 대표. 사진=SAMG엔터

김수훈 SAMG엔터 대표. 사진=SAMG엔터

김 대표는 "하츄핑을 '반짝인기'를 넘어서 스테디셀러 캐릭터 IP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게 향후 목표"라며 "여러 협업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게임이나 웹툰 등 기존의 팬덤이 좋아하는 IP 협업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원종환의 '애니웨이'는 선거 취재로 인해 6월 초까지 휴재합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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