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자녀 옷값 부담 토로
한편선 100만원 넘는 패딩 품절도
키즈 시장도 극단적 소비 현상 뚜렷
주부 A씨는 지난 주말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가 사달라고 졸라댄 28만원짜리 노스페이스 패딩을 놓고 한참 고민했다. 한창 커가는 나이에 한 치수 크게 사야할지 아니면 지금 딱 맞게 예쁘게 입힐지 여러 생각이 교차해서다. 경제 사정이 좋았던 예전에는 예쁘고 잘 맞는 옷이면 주저 없이 아이에게 입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진 것도 A씨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결국 A씨는 내년 겨울에도 입힐 생각으로 한 치수 큰 것을 선택했다.
3일 유통가에 따르면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살림살이를 꾸려 나가는 주부들이 고려해야 할 것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성장기 어린 자녀를 많이 둔 가정일수록 자녀 옷값 부담이 적지 않다고.
40대 직장맘 B씨는 “한 달여 전에 산 아이 청바지 두 벌이 벌써 아이 발목까지 올라왔다”며 “성장기라 옷값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딱 맞게 예쁘게 옷을 입히자니 한철 입고 나면 못 입힐 것 같고 크게 입히려니 새 옷인데도 어디서 빌려온 것 같고 아이 옷 고를 때 자연스럽게 생기는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도 자녀를 위해 지갑을 과감하게 여는 부모도 있다.
직장인 C씨는 “주변에 형편이 여유롭지 않아도 아이 옷은 패딩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 몽클레르 등 명품을 입히는 경우를 본다”며 “자녀를 딱 한명만 낳아 키우는 경우가 그렇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성장이 빠른 영유아용 고가 패딩의 경우 재판매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불황에도 키즈 시장에서는 겨울철 100만원이 넘는 명품 패딩 판매가 늘고 있다. 겨울철이면 인기를 끄는 몽클레르 키즈는 여아용 다운 점퍼가 최저 90만원에서 최고 180만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는데 일부 패딩은 아예 모든 사이즈가 품절인 경우도 있다.
실제 몽클레르 공식 홈페이지에서 129만원짜리 여아 패딩은 품절이다. 103만원짜리 여아 패딩도 4세, 10세, 12세 사이즈는 모두 품절이다.
키즈 시장에서도 소비 양극화가 뚜렷하다. 경기 남양주에 사는 주부 D씨는 “아이들 겨울 옷값이 부담된다”며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아동복집에서 옷 10벌을 10만원도 안 되는 값에 구했다”고 말했다. D씨가 이런 내용을 맘카페에 공유하자 아동복집 위치를 묻는 댓글이 이어졌다.
입을거리 물가는 가계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생활물가지수 중 유아동복을 보면 117.31로 기준점을 웃돌았다. 이 지수는 2020년이 100으로 기준점이다. 2020년 대비 유아동복 물가가 17% 넘게 뛰었다는 의미다.
내년 경제도 먹구름이 드리워 가계를 운영하는 주부들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내년 전망치도 2.1%에서 1.9%로 모두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