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수출도 역대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장의 온기가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지 못하며 ‘K자형 양극화’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이데일리는 경제학계 리더인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도체 착시’ 뒤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세종=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슈퍼 호황을 맞이한 반도체와 이를 제외한 산업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 K자형 양극화가 현실화했음에도 반도체 외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미흡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또한 노란봉투법과 초과이윤 논란 등으로 민간 투자마저 위축될까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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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경제학회를 이끄는 강성진 한국경제학회장(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을 이같이 평가했다.
코스피 지수가 9000을 넘어서고 수출이 사상 최대를 이어가는 등 외형적으로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면에서 발생하는 산업 간 양극화와 투자 위축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학회장은 현 정부의 지난 1년간 경제 정책 중 상법 개정 등 증시 선진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주식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은 점은 성과로 평가했다.
다만 최근 경제 호조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수출과 증시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이를 한국 경제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강 학회장은 반도체와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정부가 이들 업종에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을 제공해 민간 투자를 유도하고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도록 도왔어야 했다”고 말했다.
강 학회장은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과 초과이윤 배분 논란 등이 민간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의 모호한 가이드라인으로 하청 업체 직원들의 원청 상대 교섭이 늘면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고,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초과이윤 논란으로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강 학회장은 정부가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인공지능(AI)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 실행력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부가 AI를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거기에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또 전력망 확보를 위해 필요한 인프라 건설에 반대하는 여론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했다.
초과세수 활용방안과 관련해서는 “우선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하고,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학회장과의 일문일답.
-이재명 정부의 1년 동안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평균 이상은 줄 수 있다. 100점 만점에 70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법 개정을 통해 주식 시장이 1년 만에 2배 이상 오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감점 요인은 무엇인가.
△최근 K자형 얘기를 많이 하는데 반도체처럼 위로 올라가는 분야를 제외하고, 아래로 내려가는 분야에 대해서 정부의 지원이 미흡했다. 규제 완화 등을 통해서 투자를 유도해서 경쟁력을 제고했어야 했는데 오히려 노란봉투법, 초과이윤 논란 등으로 투자자들이 좋지 않은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주52 시간 제도도 바뀐 게 없다. 민간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정책이 부족해서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 이런 부분이 부정적인 요소들이다.
-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했다는 구체적인 이유는.
△정부가 잠재성장률 반등을 얘기할 때 주로 언급하는 게 AI다. AI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AI는 몇 년 후에 정책 효과가 나온다. 당장 경제 구조를 바꾸는 정책은 아니다. 왜냐하면 AI는 전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력망을 어떻게 가져오고, 전력망이 통하는 마을의 반대를 해결해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야 기업들이 투자하고 생태계가 구축되는 데 이 부분에서 저는(정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이해관계자가 걸려 있을 때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 그래야 AI 정책이 바로 갈 수 있다.
-‘국민성장펀드’ 등 통해 민간 투자 유도하는 거 아닌가.
△국민성장펀드 완판은 민간으로 흘러갈 자금이 흡수된 것이다. 과거 한국전력이 채권을 많이 발행해서 채권 시장이 망가졌던 것과 똑같다. 고도 성장기에는 정부가 할 역할이 많았지만, 그간 민간의 경쟁력이 높아져 할 수 있는 영역이 많아졌다. 이제는 선진국처럼 앞에서 수레를 끄는 것은 민간이 하고, 정부는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물가를 관리하는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나.
△중동전쟁으로 유가가 오르니까 전통적으로 해왔던 유류세 인하에 최고가격제까지 시행한 게 특징적이다. 소비자물가가 4월 2.6%, 5월 3.1% 올랐다. 최고가격제를 하지 않았다면 (4월 소비자물가가)1.2% 더 올랐다는 게 (정부)얘기 아니냐. 그렇다면 지난달에 4%가 넘었다고 봐야 한다. 거기에 환율이 오르면서 물가가 더 오르는 문제가 있다. 환율 조정이 안 되면 계속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비난할 정도는 아니다.
-초과세수는 어떻게 활용하는 게 바람직한가.
△가장 좋은 것은 일단 부채를 갚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그다음에 K자형 양극화가 심각하니까 취약계층 등 복지 정책에 관심을 둬야 한다. 현금 지원이 아닌 진짜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등 이런 계층에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해야 한다.
-초과이윤 논란에 대한 입장은.
△초과이윤이라는 말 자체가 나온 게 잘못이다. 초과이윤을 어떤 기준으로 결정할 것인가. 작년보다 많이 벌면 초과한 거냐. 초과이윤이 되더라도 배당 등으로 나눠지고 주식에 반영되는 게 맞다. 정부가 가져가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돈을 벌면 (정부가)가지겠다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얘기 자체를 안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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