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시대에 진짜 중요한 건 ‘건강수명’[기고/윤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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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의대 예방의학 교수

윤석준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의대 예방의학 교수
2024년부터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30년을 기점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예측된 바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사는 국민이 되는 셈이다. 필자는 은퇴를 앞둔 장년들을 상대로 강연할 기회가 있을 때 이렇게 오래 살게 될 미래를 설명하곤 했다. 그때마다 대부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노년의 삶이 행복하려면 흔히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첫째는 건강, 둘째는 적절한 경제력, 셋째는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말동무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70, 80대 남성 어르신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이와 관련해 필자는 기대수명과 다른 개념인 ‘건강수명’에 주목하고 있다. 건강수명은 질병, 장애 등으로 아프지 않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뜻한다. 하지만 너무나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돼서일까? 건강수명이 기대수명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사는 기간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제력 측면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10대 무역국에 속한다. 국가 자체로 보면 물질적으로 축복받은 것 같지만, 실제로 다수가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정책을 펼치고 있는지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필자와 연구팀이 2008∼2020년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분석한 결과 소득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국민의 건강수명은 66.22세로 다른 소득 계층(전체 평균 71.82세)에 비해 현저하게 낮았다. 아마도 고된 삶으로 일상을 이어가느라 건강을 돌볼 시간이 부족했을 가능성이 높다.

다행인 것은 건강수명이 ‘교정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건강수명을 늘리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일상에서의 생활습관 관리는 본인의 의지가 있으면 어느 정도 고쳐질 수 있다. 가령 대표적인 만성질환인 당뇨는 식습관, 운동 등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예방할 수 있다. 질병 단계에 진입해서도 적절한 약물요법과 함께 일상적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평상시 증상이 없다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병을 크게 키울 수 있다. 나중에는 대표적인 합병증인 망막 장애로 인한 실명, 콩팥 기능 부전으로 인한 투석, 심하면 당뇨로 인해 발을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주위의 관심과 도움이 없으면 지속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를 돌봐줄 가족들이 장기요양보험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돌봄 안전망보다 빠르게 해체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간병을 포함해 최근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어르신 돌봄 문제 역시 저소득층일수록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만성질환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건강수명이 늘어날 수 있다. 주요 선진국들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여러 사회 정책에 개입하고 있다. 노인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공간별 단차를 없앤 노인 친화적인 주택까지 건설되고 있다. 그래야만 건강수명이 늘어나 초고령사회를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국가 차원의 초고령사회 대비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현명한 투자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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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준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의대 예방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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