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직 대통령 첫 체포…이런 불행한 역사 다시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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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1.15 17:43 수정2025.01.15 17:43 지면A31

윤석열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됐다. ‘내란 우두머리·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다.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로, 그 원인이 무엇이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고, 민주화를 이뤘다는 나라에서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대통령의 흑역사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갑갑하기만 하다.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와는 달리 국가기관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윤 대통령이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럼에도 경찰 수천 명이 대통령 관저 외곽을 막아서고, 반부패 수사대와 마약·강력 범죄자를 잡는 형사 1000여 명을 현직 대통령 체포에 투입한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손상된 국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미 계엄령 선포와 국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대한민국 신인도가 크게 훼손된 마당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 체포를 놓고 지난 2주간 이어진 대치는 우리 사회를 두 동강 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윤 대통령과 공수처 모두의 책임이 크다. 양측은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물밑 조율에 나설 수 있었을 텐데 애초 그런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임하겠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체포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떳떳해 보이지 않는다.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여러 차례 묵살한 바도 있다. 공수처는 내란 혐의 수사권이 없는데도 현직 대통령에게 적용되지 않은 직권남용죄를 고리로 수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체포 영장을 관할이 아닌 다른 법원에 청구하면서 ‘판사 쇼핑’ 논란까지 불렀다. 윤 대통령이 조사에 응하면서도 ‘불법 자행’ ‘영장 무효’라고 반발한 것도 일리가 없지 않다.

문제는 앞으로다. 윤 대통령 체포는 큰 파장을 남기고 있다. 그런 만큼 공수처는 정치적 압박에 휘둘리지 말고 더 이상 법적, 절차적 시비가 붙지 않게 공정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탄핵 찬반으로 우리 사회가 쪼개진 터에 편향적 조사 논란이 일어난다면 더 극심한 혼란을 부를 것이다. 윤 대통령도 영장 집행의 절차적 문제는 따로 따지되 조사엔 성실히 임하기 바란다. 조사 전부터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해 갈등 심화를 부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치권도 자중해야 한다. 특검법은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지켜질 수 있게 하고, 대통령 탄핵과 수사를 정략으로 삼아선 안 된다. 경제 외교 안보 등 총체적 위기를 감안한다면 여야는 진영 대결 확산에 앞장설 게 아니라 정치 본연의 일에 매진해야 한다. 나라 미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켜켜이 쌓인 경제활성화법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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