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개원의 대상 박람회 400여명 몰려
수익성 높은 미용 시술-비급여 진료에 관심 몰려
‘의대 증원’ 갈등 장기화에 비필수의료 개원 늘어
지난해 신규 개원 의원 1996곳, 전년 대비 11%↑
6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예비 개원의 대상 박람회를 찾은 박모 씨(32)는 “의정갈등을 겪으며 개원가로 나갈 꿈을 굳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 씨처럼 개원이 목표인 젊은 의사와 의대생 400여 명이 몰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성장클리닉 개원을 준비 중”이라며 개원 노하우 강의를 꼼꼼히 받아 적었다. 정부가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며 추진한 의료개혁이 ‘의대 증원’이라는 늪에 빠지면서 의사들의 미용 등 비필수의료 분야 개원은 계속되고 있다.
●미용-비급여 진료 강의에 젊은 의사들 북적이날 행사는 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가 주최했다. 35개 프로그램 대부분은 수익성이 높은 비급여 시술에 집중됐다. 특히 리프팅과 콜라겐 주사 등 미용 의료 분야에 관한 프로그램이 많았다.
“종아리 보톡스의 경우 환자가 까치발로 서게 한 뒤 시술할 근육 경계를 펜으로 표시하는 게 먼접니다. 근육 크기가 크니 100~300유닛 정도 (약물을) 주사 하시면 됩니다.”
강남 한 피부과 원장 설명에 젊은 의사들은 시술 부위를 상세히 옮겨 그리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집중했다. 레이저 치료법을 강의하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색소 침착 치료는 여름엔 환자가 적지만, 여드름 치료는 비수기 없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 수 있다. 치료제 처방에 그치지 않고 레이저 치료까지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등 비급여 항목이 많은 근골격계 질환 전문 병원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사회자가 강사로 온 정형외과 전문의를 소개하며 “체외충격파 치료로 해운대에 아파트를 샀다”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일제히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는 “체외충격파는 일반 도수치료보다 더 많이 시행할 수 있어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강연자들은 참석자들에게 개원 후 진료 영역을 넓히는 데 주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한 외과 전문의 출신 피부과 원장은 “평생 내과 치료는 해보지 않았지만, 개원을 위해 전공도 포기했다”며 항노화 수액 처방에 대해 강의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개원하려면 탈모 진단 및 처방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유망 분야를 소개했다.
●“연구·교육보단 개원” 중증 진료 공백 우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개원 의원은 1996곳으로 2023년(1798곳) 대비 11% 늘었다.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고 일반의로 개원한 곳도 759곳으로 2023년(665곳)과 비교해 100곳 가까이 늘었다. 개원 의원 60.5%가 서울과 경기에 집중돼 수도권 쏠림도 심각했다. 의료계에선 이 같은 개원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엔 연구와 교육을 포기한 40대 젊은 의대 교수 개원이 늘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전공의, 의대생 상당수도 중증 환자를 치료하며 보람을 찾기보단 개원을 택하겠다고 했다. 인제대 의대에 재학 중인 김모 씨(25)는 “의정갈등 이후 전문의를 딸 생각이 사라졌다. 일반의로 네트워크 병원 개원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네트워크 병원은 요식업처럼 같은 상호를 쓰면서 진료 기술과 마케팅 방식등을 공유하는 프랜차이즈형 병원이다. 정형외과를 희망하는 미복귀 의대생은 “수련은 마칠 생각이지만 교수직엔 관심이 없다. 바로 개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경쟁이 치열한 개원가로 진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내비쳤다. 4년 차 정신건강의학과 레지던트 최모 씨(33)는 “병원을 시작할 때 다들 금융권 대출을 받던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복귀 의대생 이모 씨는 “개원하면 의료사고 등에 따른 법적 리스크를 책임져야 한다고 들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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