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무슨과 나왔어요?"
"경제학과죠? 어느 선생님께 배웠어요?"
기획재정부를 출입하는 고참 기자들은 종종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상당수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인 기재부 공무원들은 동문 출입 기자를 반긴다. 기재부에는 특정대학 출신 공무원·출입기자 동문회도 알게 모르게 조직 돼 있다.
명문대 엘리트가 모인 기재부에서 '흙수저 신화'는 드물다. 창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이정도 전 기재부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국장)은 극히 예외적 사례다. 2022년 공직에서 물러난 그가 3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에 합류해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정도 전 기재부 국장이 대통령실의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국장은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는 작업을 담당할 전망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 전 국장은 이전된 청와대에 합류해 중요한 보직을 맡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때처럼 청와대 살림살이를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1965년생 경남 합천 출신인 이 전 국장은 지방대(창원대)를 나와 1992년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그는 변양균 전 정책실장의 장·차관 시절 비서관으로 일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에 파견 근무를 한 바도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 비서관으로도 일했다. 기재부 문화예산과장, 인사과장 등 요직을 거쳐 2016년 10월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국장)에 올랐다. 당시 기재부 실·국장 32명 가운데 유일한 비고시 출신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전 국장은 “일하려면 '이정도'는 해야 한다"는 농담이 기재부에서 나돌았을 만큼 탁월한 일처리로 유명했다. 동시에 청렴하고 강직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2017년 청와대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청와대 인사와 재정을 비롯한 ‘안살림’을 도맡는 총무 비서관은 막강한 권한을 휘둘렀다. 그만큼 대통령 측근들이 이 자리를 꿰찼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 친구인 정상문 전 비서관, 이명박 정부에서는 ‘MB의 집사’ 김백준 전 비서관, 박근혜 정부 때는 ‘문고리 3인방’ 가운데 하나인 이재만 전 비서관이 이 자리를 맡았다. 이재명 정부의 총무비서관에는 이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 온 김현지 전 보좌관이 내정됐다.
반면 이 전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과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탁월한 일처리 덕분에 총무비서관을 꿰찬 사례다. 총무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워낙 깐깐해 청와대에서 ‘통곡의 벽’으로 통하기도 했다. 민원을 매몰차게 외면하는 한편 예산을 꼼꼼하게 챙긴 덕분이다.
이 전 국장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5월 기재부로 복귀했다. 전 정부의 핵심 참모진 가운데 한명이었던 만큼 기재부에서 보직을 맡지 못했다. 넉달 동안 보직을 받지 못한 그는 2022년 9월 27일 기재부를 떠나며 공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는 3년 만에 청와대로 복귀할 채비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