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현 남양유업 글로벌사업팀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시장 공략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남양유업 글로벌사업팀장으로 합류했다. 14년간 식품 해외영업 최전선에서 시장을 개척해온 해외사업 전문가다.
서 팀장이 남양유업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제품이 아니라 수출 구조였다. 남양유업은 과거에도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현지 유통과 가격, 판촉 전략을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간접 수출 방식의 한계가 컸다.
그는 “간접 거래 구조에서는 시장 정보와 가격, 유통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다”며 “물건을 보내는 수출은 가능해도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한 번 넘기는 데서 끝나지 않고 가격과 채널, 물량, 브랜드 노출까지 직접 설계해야 현지 시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했다.
남양유업은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 '푸타이홀딩스'와 손잡고 직접 수출 구조를 짰다. 푸타이홀딩스는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베트남 유통을 맡아온 현지 대표 유통사다. 남양유업은 이 회사를 통해 조제분유와 유아용 치즈, 동결건조 커피 등을 현지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지난 달 한·베트남 경제사절단 MOU 체결 당일 남양유업의 유아용 치즈 ‘드빈치 유기농 아기치즈’가 현지 수입 승인을 받은 것도 이 같은 구조 재편의 결과다. 서 팀장은 “겉으로는 MOU 한 줄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제품 등록, 유통망 설계, 현지 파트너 협상이 수개월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해외영업은 겉으로 보기엔 해외 출장이 잦은 화려한 직무처럼 보인다. 하지만 서 팀장은 실제 현장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와 싸우는 일에 가깝다고 했다. 국가별 수입 규제, 관세, 비관세 장벽, 식품 인증, 라벨링 규정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마다 성분 표기와 허용 기준이 달라진다.
그는 “몇 달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가 통관 지연이나 법규 해석 변경, 정치·외교 이슈로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며 “해외영업은 좋은 제품을 들고 나가는 일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변수를 관리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시장에서도 비슷한 현실을 실감했다. 서 팀장은 “전통 소매 시장을 직접 둘러보니 책상에서 숫자로 짠 전략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게 됐다”며 “어떤 채널에서 제품 회전이 빠른지, 소비자가 가격에 얼마나 민감한지, 판촉 인력이 구매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현장에 가야 보인다”고 말했다.
"한글 표기 자체가 프리미엄 증표"
남양유업의 베트남 전략은 단일 제품 판매가 아니라 카테고리 공략에 가깝다. 조제분유 ‘임페리얼XO’, 기능성 분유 ‘키플러스’, 유아용 치즈 ‘드빈치 유기농 아기치즈’를 동시에 투입한다. 최근 베트남에서는 ‘가짜 분유’ 파동 이후 품질 검증이 강화됐다. 서 팀장은 이 흐름을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봤다.
그는 “유제품은 결국 원유 신뢰에서 시작한다”며 “국산 원유 기반 제품이라는 점이 베트남 시장에서 신뢰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이어 “현지 소비자들은 한국 커머스 플랫폼에서 제품을 직접 검색해 진위를 확인할 정도로 정보에 민감하다”며 “한글 표기 자체가 프리미엄의 증표처럼 작동하는 시장이 됐다”고 덧붙였다.
조제분유가 브랜드 신뢰를 쌓는 제품이라면 FD 커피는 수익성을 맡는 축이다. FD는 동결건조를 뜻한다. 커피 원액을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해 향과 맛을 살리는 방식이다. 남양유업은 대규모 동결건조 설비를 기반으로 유럽과 러시아 시장에서 공급 경험을 쌓아왔다. 앞으로는 동남아와 미국으로 시장을 넓히고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도 성장 카테고리로 키울 계획이다.
서 팀장은 “분유로 신뢰를 만들고 동결건조 커피로 수익성을 확보한 뒤 단백질, 치즈, 컵커피, 가공유, 멸균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사업 과정에서 좌절을 겪은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는 “몇 달간 공들인 프로젝트가 외부 변수 하나로 무산될 때는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럼에도 버티는 이유는 성취감이다.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 해외 매대에 오르고 현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장래희망 공무원 … 교환학생 경험이 인생 바꿔"
서 팀장의 어릴 적 꿈은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보며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학 시절 미국 교환학생 경험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그는 “그때 더 넓은 세상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작지만 다양한 경험이 인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처음부터 정답을 찾으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 팀장은 “나도 처음부터 해외영업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다”며 “우연한 경험 하나가 인생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한 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세상에 자신을 던져보는 용기”라며 “경험이 쌓이면 방향은 생각보다 선명해진다”고 했다.
남양유업은 2024년 한앤컴퍼니 체제 전환 이후 준법·윤리 경영과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5년간 이어진 적자 구조를 끊고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사업에서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직접 수출 구조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캄보디아, 몽골, 홍콩, 카자흐스탄 등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고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조제분유를 중심으로, 몽골에서는 리테일 채널 기반의 프리미엄 전략을, 홍콩과 카자흐스탄에서는 편의점 채널 공략을 추진하고 있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11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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