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드론판 '진주만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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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03 20:22 수정2025.06.03 20:22 지면A31

[천자칼럼] 드론판 '진주만 공습'

2020년 9월 발발한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제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은 게임체인저로서 무인기(드론)의 파괴력을 보여준 최초의 현대전이다. 당시 아르메니아는 탱크, 장갑차 등 재래식 전력에서 우위에 있었지만, 아제르바이잔 대형 드론의 미사일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전쟁에서 승리한 아제르바이잔은 그해 11월 9일 나고르노-카라바흐 점령지 상당 부분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휴전에 합의했다. 이 전쟁은 튀르키예에서 개발한 바이락타르-TB2 드론이 세계적 명성을 얻는 계기가 됐다. TB2 드론의 가격은 500만~700만달러로 알려졌다.

그해 1월에는 이란 군부의 실세이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 드론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공항에서 피살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때로 하늘위 MQ-9 리퍼 드론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솔레이마니 사령관 일행이 탄 차량 2대에 명중했다. ‘하늘의 암살자’로 불리는 MQ-9 리퍼는 날개 길이가 20m 정도로 대당 가격이 1600만달러에 달한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1일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에 대규모 드론 공습을 감행해 전략폭격기 40여 대를 파괴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국경에서 4300㎞ 이상 떨어진 내륙 이르쿠츠크 등의 공군기지 인근에 117대의 소형 자폭 드론을 컨테이너 트럭으로 몰래 반입한 뒤 현장에서 원격 조종했다. 소형 드론 가격은 한 대에 수백달러(수십만원)에 불과하지만, 파괴된 러시아 전략폭격기는 수십억달러(수조원)에 달한다는 게 우크라이나 주장이다. 러시아의 한 군사 블로거는 “마치 진주만 공습을 보는 것 같았다”고 충격을 표시했다.

3년 넘게 계속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흔히 드론 전쟁으로 불린다. 드론 전술의 최신 시험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습에서 보듯 무게 25㎏ 이하의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소형 자폭 드론의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고 가격은 저렴해 수요가 많다. 분단국가인 우리로서는 공격과 방어 모든 측면에서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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