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도무기 개발史 '산증인'… 이진익 국방과학硏 제1연구원장
숱한 밤샘 실험 끝에 개발
호빵기계 빌려다 몸녹이며
대관령 칼바람서 시험평가
늘 北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
절박하게 연구해야 했기에
한국 방공망, 세계 최고 수준
"한국은 늘 적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다. 빠르게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려면 끊임없이, 절박하게 연구해야 한다."
한국이 만든 대공방어체계가 미국·이란 전쟁을 거치면서 하늘의 수호자로 떠올랐다. 세계가 주목한 'K방공망'의 중심에는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Ⅱ가 있다.
천궁-Ⅱ 개발을 진두지휘했던 이진익 국방과학연구소(ADD) 제1연구원장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천궁-Ⅱ의 성공 뒤에 숨은 '절박함'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그는 1990년 ADD에 입소해 방공체계 개발에 헌신해온 K방산의 '살아 있는 역사'다. 단거리 지대공유도무기인 '천마'부터 휴대용 지대공유도탄인 '신궁'에 이어 천궁-Ⅰ·Ⅱ와 한국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인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이 원장은 "천궁-Ⅱ 개발에 나서던 때는 북한의 탄도탄 위협이 빠른 속도로 커져서 안보 불안이 높아졌고 대응체계 확보가 시급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한국이 '총알을 총알로 맞히는' 격인 대공방어체계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 원장과 연구진은 △다기능레이더 △수직발사체계 △작전·교전통제소 등 새로운 개념의 복합무기체계를 개발하기 위해 밥 먹듯 야근하고 실패했다. 우리에게 없는 것을 새로 만들어내기 위해 치러야 했던 피와 땀, 눈물이었다.
그는 "두 차례의 유도탄 비행시험이 모두 실패하고 원인 분석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하던 중 어부가 1차 시험의 잔해물을 바다에서 우연히 그물로 건져내준 덕분에 원인 분석 결과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연구진의 지극정성에 감복한 서해 바다의 선물이었을까.
연구진은 극한의 날씨 속에서 시험 평가를 해내기 위해 한겨울 대관령의 칼바람을 묵묵히 견디며 장비 완성도를 높여 나갔다. 이 원장은 "한 연구진이 아이디어를 내서 근처 마트에서 호빵 기계를 빌려다가 설치해놓고 따뜻한 호빵을 나눠 먹으며 몸과 마음을 녹이고 서로 격려하면서 시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고생담을 풀어냈다.
그는 절박한 마음으로 개발한 천궁-Ⅱ가 교전통제 기술과 기동성, 정밀한 유도탄 설계 기술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 패트리엇과도 충분히 비교할 만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ADD는 천궁-Ⅱ와 L-SAM의 성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성능 개량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며 "세계적 수준의 방공체계로 완성도를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국의 방공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고자 하는 절박함과 절실함의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천궁-Ⅱ보다 높은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L-SAM 개발도 성공하면서 우리 손으로 탄도미사일 다층방어망을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술로 다층방어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한반도 미사일 위협에 보다 저비용으로 빠르게, 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특성에 적합한 '가성비' 기술을 개발해 저고도는 물론 중·고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킬 '또 한 번의 교전 기회'를 갖게 됐다는 자신감을 내보인 셈이다.
이 원장은 이제 ADD에서 현대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위성과 드론 연구개발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군인으로 치면 야전부대장을 거쳐 사령관직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그는 지금 맡은 업무를 '큰 무대에 선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했다.
그는 "사업적·기술적 결심의 압박 때문에 편하게 잠든 날이 거의 없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또 "연구소 생활을 뒤돌아보면 10년마다 10㎏씩 어깨에 짐을 더 짊어지며 살았던 기분"이라면서도 "우리가 개발한 무기체계가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니 충분히 보상받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오늘의 자주국방이 있기까지 묵묵히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ADD 연구원과 모든 방위산업 종사자를 위해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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