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달래줄 믿음이 필요했어요. 사주를 보면서 취업 준비에 힘을 보탭니다.”
성탄절인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주 카페에 20대 청년 커플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취업준비생인 이 커플은 여러 회사에 지원했지만 첫 단계인 서류 전형에서 잇따라 떨어져 상한 마음을 위로받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 모씨(26)는 “사주 선생님이 푸른 뱀의 해인 내년에는 올해보다 긍정적인 기운이 몰려들 것이라고 얘기해주셨다”며 “사주를 100% 믿진 않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25년 을사년 새해를 일주일 앞두고 신년 사주를 보며 새해 불확실성을 극복하려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애플리케이션, 인공지능(AI) 등 비대면 혹은 사주풀이 카페를 통해 대면 서비스로 사주를 즐기고 있었다. 취업, 대인 관계, 재테크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MZ세대가 자신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주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계엄 및 탄핵 사태가 잇달아 터진 점도 청년들의 내면 불안감을 가중한 원인으로 꼽힌다.
신년 사주를 보기 위해 사주 카페를 찾은 위 모씨(24)는 “원래 사주에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언제쯤 운이 풀릴지 궁금해 사주를 봤다”고 말했다. 오 모씨(24)는 “사주를 잘 믿지는 않지만 취업을 준비할 때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며 “사주가의 긍정적인 설명이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 모씨(35)는 “요즘 뉴스를 보면 사회적으로 혼란스러워 괜스레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긍정적인 말을 듣고 싶어 타로점을 보러 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비대면 사주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인터넷 플랫폼엔 4800여 명의 운세·심리·타로 전문가가 등록돼 있다. 청년들이 개별적으로 이 전문가에게 연락하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한 후 사주풀이 결과를 비대면으로 받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도 ‘2025 신년 운세’ 영상이 다수 업로드돼 이목을 끌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주 비대면 서비스는 본인을 노출하지 않으면서도 고민 상담처럼 털어놓고 얘기하기 좋아 인기가 있다”며 “주로 2030세대가 많이 이용한다”고 전했다.
AI를 기반으로 사주를 보는 경우도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챗GPT로 사주 보는 방법’ 등이 주요 게시글로 공유되기도 했다 이름과 생년월일, 성별 등을 입력하면 오늘의 운세와 전반적인 사주까지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어 인기다. 사주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타로나 사주를 실제로 공부하는 청년들도 생겨나고 있다.
사주 애플리케이션을 자주 이용하는 김민지 씨(24)는 “면접 등 큰 이벤트가 있을 때는 심신의 안정을 위해 오늘의 운세를 찾아보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