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특권’에서 ‘인권’으로… 500만 년 도덕의 진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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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도덕적 변혁 일어나
친족 관계 약화되며 포용성 확대
낯선 사람과의 협력 중요성 대두
◇선악의 발명/하노 자우어 지음·김태한 옮김/480쪽·2만6000원·민음사

오늘날 보편적 인권으로 여겨지는 여러 권리들은 100여 년 전만 해도 소수 계층에게 국한된 ‘특권’이었다. 특정 성별과 인종, 연령 등을 갖춰야만 선거권이나 인격권 같은 권리들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도덕적 변혁이 벌어졌다. 책에 따르면 ‘원의 확대(the expanding circle)’가 시작됐다.

후기 근대 사회에선 사람마다 그 원의 크기가 다를 순 있지만, ‘내(內)집단’의 범위가 가족이나 친구를 넘어 낯선 사람과 동물로도 넓어졌다. 제도적 변화가 이런 포용을 뒷받침했다. 저자는 도덕적 변화의 원인에 대해 “친족 관계가 약화하면서 낯선 사람 간의 협력이 갖는 잠재력이 발견됐다”며 “다른 집단을 배제하거나 노예화하는 행위가 국제 무역이나 근대 국가의 작동에 장애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분석한다.

‘도덕의 인류사’라는 부제에 걸맞게 약 500만 년에 걸쳐 인간의 도덕적 이해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탐구한 책이다. 선사시대 공동체의 탄생, 불평등의 심화 등 여러 사회문화적 분기점마다 포착되는 도덕적 변화에 주목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에서 윤리학을 가르치는 1980년대생 젊은 학자가 썼다.

책은 “도덕의 역사 상당 부분은 점점 커지는 집단에서 생겨난 협력의 역사”라며 집단의 협력과 분열에 초점을 맞춰 방대한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저자는 5000년 전 인구 증가와 농업혁명은 상호 협력의 중요성을 상기시킨 동시에, 잉여 생산물이 발생함에 따라 형성된 불평등에 대해 반감을 키웠다고 주장한다.

다만 “인간 이외 지적 생명체는 없으며, 인간에게는 단순한 생명체에 없는 도덕적 속성이 있다”는 책의 대전제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 의문을 제기하는 최근 인류학, 생태학적 연구 흐름에 뒤처지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은 비행기 안에서 정숙과 배려를 지키려 하지만, 침팬지들은 울부짖으며 피 웅덩이를 만들 것’이라는 주장은 인간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동물의 사고 및 도덕 체계에 대한 분석의 빈틈을 보여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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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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